타자 친화적인 구장을 홈으로 쓰는 팀의 고민은 당연히 타자가 아니라 투수다. 타자들은 올라가는 성적에 신이 나지만 투수들은 추락하는 성적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 필드를 쓰는 콜로라도의 투수 고민은 말할 것도 없다.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 ‘먹튀’로 꼽히는 계약이 바로 콜로라도였다. 마이크 햄튼은 1999년 휴스턴에서 뛰면서 22승4패, 평균자책 2.90을 기록했다.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다. 콜로라도는 팀을 일으킬 에이스로 2001년 햄튼과 8년 1억2100만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2001년 14승13패, 5.41을 기록했던 햄튼은 2002년에는 7승15패 투수로 전락했다. 결국 다른 팀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워낙 비싼 계약이어서 연봉 지급에 ‘조건’이 있었다. 2005년 이후 연봉은 2009년부터 190만달러씩 나눠주기로 했다. 그 마지막 정산이 지난해 말이 돼서야 끝났다.
콜로라도는 이후 투수 성장에 큰 공을 들였다. 연구 결과 콜로라도 투수진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기 저항 문제가 아니라 ‘체력’이었다. 건조한 고지대에서 공을 던지면 체력이 쉽게 떨어진다. 땀이 마르기 때문에 수분 보충이 필수다. 충분한 수분이 없으면 손끝이 건조해지는 것도 영향을 미친다.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은 필수요소다. 콜로라도 코칭스태프는 홈경기 때 투수들의 훈련량도 줄였다. 훈련에 쓸 체력을 경기에 남겨두기 위해서다. 여기에 더해 투수들로 하여금 홈 경기 등판 때 껌을 씹게 했다. 껌을 씹어서 입안에 침이 많이 돌게 만든다. 손끝이 건조할 때 마운드 밖에서 손가락에 침을 묻힌 뒤 한 번 닦아 던지는 것은 규칙 위반이 아니다. 여러 노력 끝에 콜로라도 투수들의 평균자책은 2016년 4.91에서 2017년 4.51, 2018년 4.33으로 조금씩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