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가 평소 좋아했던 카를로스 벨트란. 뉴욕 양키스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로 트레이드된 그와 팀메이트로 만난 소감에 대해 추신수는 일기를 통해 설명한다.>
카를로스 벨트란은 제가 좋아하는 메이저리그 선수 중 한 명입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5툴플레이어인 그의 야구를 보면서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마음도 강했고, TV를 통해 야구중계를 볼 때마다 스위치 타자인 벨트란의 경기력에 혀를 내두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선수를 우리 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났을 때의 묘한 감정이란. 저와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벨트란을 보면서 ‘우리가 이렇게도 만날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벨트란이 우리 팀으로 ‘이사’온 이후 선수단에는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1977년생의 선수가 중심을 잡고 있다 보니 줄곧 고참 역할을 맡았던 벨트레가 벨트란과 그 부담을 나눠지게 됐고, 벨트란은 제게도 먼저 손을 내밀며 자신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마침 저도 부상자명단에서 복귀한 터라 벨트란, 벨트레, 그리고 제가 야수조에선 고참급으로 선수들에게 적절한 영향을 미치게 된 겁니다.
벨트란과 루크로이가 합류한 이후 현지 기자들이 제게 텍사스 라인업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를 묻더군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상대팀 투수라면 이 라인업이 공포스러울 것 같다’라고.
휴스턴으로 오기 전 볼티모어에서 원정 경기를 치렀습니다. (김)현수를 만났는데 정말 잘 하고 있더라고요. 제 앞에서 현수가 홈런치는 장면도 지켜봤습니다. 잘하는 선수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잘할 줄이야.
전 현수나 (최)지만이처럼 고생을 많이 했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인정받고 자신의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볼 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어요. 그걸 알기 때문에 더 응원을 보내는지도 모릅니다.
볼티모어 팬으로 보이는 미국 어린이가 한글로 ‘김현수’란 이름을 써서 들고 있는 걸 봤습니다. 한때 팬들에게 야유를 받았던 현수였는데, 현수는 실력으로 그 야유를 응원으로 돌려놨습니다.
메이저리그의 모든 선수들은 지금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노력보다 더 무서운 게 간절함과 절박함입니다. 그게 있고 없고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현수는 지금 간절함과 절박함을 갖고 야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현수의 모습을 통해 저도 잔잔하면서도 기분 좋은 자극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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