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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세인트루이스, 이대호 기자]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은 기세싸움이다. 작은 곳에서도 서로 밀리지 않으려는 선수들의 의지를 여러군데에서 느낄 수 있다. 때로는 엉뚱한 곳에서 피튀기는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LA 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이 열렸다. 월드시리즈까지 다저스는 2승이, 카디널스는 1승이 필요한 상황에서 양 팀은 정면충돌했다. 경기 결과는 9-0, 카디널스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경기 전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신경전이 벌어졌다.
미국 야구장에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경기 전 국가연주가 있다. 모든 선수들은 더그아웃 앞에 나와 모자를 벗어 의식에 동참한다. 그런데 국가연주가 끝났는데도 양 팀 더그아웃 앞에는 한 명씩 남아있는 사람이 있었다. 다저스는 외야수 스캇 밴 슬라이크(27)가, 카디널스는 우완투수 조 켈리(25)가 상대 더그아웃을 응시하며 가만히 서 있었다.
이들의 신경전은 15분동안 이어졌다. 근위병이라도 된 것처럼 둘은 서로를 응시하면서 더그아웃 앞을 지켰다. 카디널스 선발투수 마이클 와카의 연습투구가 끝나고, 플레이볼을 선언할 시간이 돼서도 둘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예 디 고든은 밴 슬라이크에게 헬멧까지 씌워주며 독려했다. 결국 구심이 양 팀 더그아웃을 가리키며 경고메시지를 보내고서야 플레이볼은 선언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순간에도 신경전은 이어졌다. 구심의 메시지를 받은 켈리가 먼저 돌아서는 척을 하는 순간, 밴 슬라이크는 승리를 선언하며 동료들의 환대를 받으며 더그아웃에 들어갔다. 다시 켈리는 멈춰서 결과적으로 더 오래 버틴쪽은 카디널스였지만, 다저스 더그아웃은 전혀 신경도 쓰지않고 고함을 치며 분위기를 띄웠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사진과 함께 양팀의 흥미로운 자존심대결을 보도했다. 경기 후 밴 슬라이크는 "국가가 끝났는데 켈리가 계속 서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나도 계속 서있었다. 켈리가 날 보며 씨익 웃는데 마치 '내가 너보다 더 오래있을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사실 다리도 아프고 등도 아팠지만 그 자리를 떠나고싶지 않았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켈리의 설명은 이렇다. "평소에도 난 국가가 끝난 뒤 상대 선수들이 다 들어가고나서야 들어간다. 그런데 그걸 밴 슬라이크가 봤나보다. 계속 서있는게 아닌가. 그래서 나도 그 자리를 떠나고싶지 않아서 버텼다."
결과적으로 이들 둘의 자존심싸움은 카디널스 선발 마이클 와카에게 도움이 됐다. 와카는 "솔직히 말해서 그 장면을 보고 마음이 조금 진정됐다. 내게 작은 웃음을 줬고, 덕분에 긴장도 풀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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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이기고.. 경기는 지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