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는 30일(한국시간)까지 3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9(118타수 40안타)를 기록 중이다. 최소 100타수 이상 출장한 볼티모어 타자 12명 중 타율 1위다. 출루율도 0.431로 1위. 단 한 번이라도 타석에 들어선 볼티모어 타자 중 출루율 4할을 넘는 선수는 김현수 뿐이다. 삼진(16개)과 볼넷(16개) 비율은 1:1. 포지션 경쟁자 조이 리커드는 볼넷 수가16개로 김현수와 같지만 삼진이 무려 50개다.
이런 활약의 이유 중 하나는 헛스윙이 적다는 데 있다. 김현수는 올시즌 전체 투구 중 5.3%에만 헛스윙을 했다. 헛스윙 비율이 김현수보다 낮은 메이저리그 타자는 10면 뿐이다. 이 부문 1위는 3.4%인 마틴 프라도(마이애미). 타격왕 출신 조 마우어(미네소타)는 5.4%다. 볼티모어 타자 중에서는 김현수가 그 다음이며, 리커드가 5.8%다. 파워 히팅 1루수인 크리스 데이비스(볼티모어)는 18.9%로 리그에서 가장 많이 헛스윙을 하고 있다. 그래서 데이비스는 현재 삼진 부문 리그 1위다.
물론 헛스윙이 낮다고 해서 좋은 결과로만 이어지는 건 아니다. 헛스윙 비율이 4.1%인 호세 이글레시아스(디트로이트)의 타율은 0.250을 겨우 넘는다. 출루율은 0.317에 불과하다. 이글레시아스는 헛스윙 비율이 낮은 대신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코스에 대한 반응이 높다. 볼에 대한 스윙 비율이 33.9%다. 김현수는 헛스윙도 적지만 볼에 배트를 잘 내밀지 않는다. 볼 스윙 비율은 24%로 4년 연속 실버슬러거를 수상한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24.7%)과 비슷하다. 존 안에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않고, 볼은 골라낸다. 이런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 투수는 피곤하다.
덫에도 걸리지 않는다. 김현수를 상대하는 팀들은 '풀 히터'라고 판단해 시프트를 거는 경우가 많다. 왼손타자인 김현수에 대한 맞춤식으로 내야수를 1루 쪽으로 이동시켜 아웃카운트를 늘리려고 한다. 하지만 김현수는 올해 시프트가 걸렸을 경우 타율이 0.537(41타수 22안타)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시프트 상황 타율 5할 이상인 타자는 김현수를 포함해 세 명 뿐이다.
타구 방향도 이상적이다. 잡아 당겨서 날아간 타구의 비율이 41.2%. 센터 방향이 34.3%다. 밀어 친 타구도 24.5%로 적지 않다. 방향을 가리지 않고 때려내는 스프레이 히터의 면모까지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김현수는 초반 시련을 딛고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