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2·LA 다저스)이 믿을 수 없는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류현진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 무실점 1볼넷 5탈삼진을 기록하며, 31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다저스가 8-3으로 승리하면서 원정 첫 승이자, 시즌 여섯 번째 선발승을 수확한 것은 덤이다.
류현진의 시즌 성적 변화
경기 전: 5승 1패 52.1이닝 3볼넷 54탈삼진 ERA 1.72
경기 후: 6승 1패 59.1이닝 4볼넷 59탈삼진 ERA 1.52
이날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류현진은 평균자책점을 1.52까지 낮추며 MLB 전체 평균자책점 1위로 올라섰다. 한편, 류현진은 다승(6승), 삼진/볼넷(14.75), WHIP(이닝당 출루 허용·0.74)에서도 MLB 전체 1위를 기록 중이다. 어떤 지표로 살펴보더라도 현시점에서 류현진이 사이영상 후보급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류현진이 이날 경기에서 호투를 펼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분석했다.
구종 분포(88구)
포심 패스트볼 35구 (39.8% 평균 90.7마일 최고 92.7마일)
투심 패스트볼 2구 (2.3%)
커터 24구 (27.3%)
체인지업 19구 (21.6%)
커브 8구 (9.1%)
이날 류현진은 경기 전까지 구사율이 14.5%에 달했던 투심 패스트볼을 단 2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이는 신시내티 타선이 투심 패스트볼을 상대로 팀 타율 .321을 기록했을 만큼 강점을 보였기 때문으로 추측된다(관련 기사: [이현우의 MLB+] 류현진, 신시내티전 필승 전략은?). 그 대신 류현진은 이전까지의 경기에서보다 포심 패스트볼과 컷 패스트볼의 구사율을 높였다.
이닝별 구종 분포(패스트볼/커터/커브/체인지업 순)
1회 5/3/2/3 (13구)
2회 6/5/2/2 (15구)
3회 4/4/0/3 (11구)
4회 6/2/0/3 (11구)
5회 5/6/1/3 (15구)
6회 7/2/2/4 (15구)
7회 4/2/1/1 (8구)
실제로 이날 류현진은 포심 패스트볼을 35구(39.8%), 커터를 24구(27.3%) 던졌는데 이는 시즌 평균(포심 30.9% 커터 20.6%)보다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이날 류현진은 종전까진 주로 우타자 기준 몸쪽으로 주로 던졌던 이 두 구종을 주로 투심 패스트볼을 던졌던 위치인 우타자 기준 바깥쪽 낮은 코스로도 자주 구사하는 모습을 보였다(하단 그림 참조).
하지만 냉정히 말해 이날 류현진의 제구력은 앞선 5경기보단 좋지 못했다. 이날 류현진은 포수 미트에서 크게 벗어나는 높은 볼을 많이 던졌는데, 이런 모습은 경기 초반 패스트볼 계열 구종을 던질 때 더욱 두드러졌다. 한편, 이닝을 거듭할수록 나아졌지만 지난 몇 경기에 이어 이날도 경기 초반 패스트볼 구속이 올라오지 않아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 빈틈을 메운 구종은 역시 이번에도 체인지업이었다. 이날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스트라이크 존 모서리에 꽂혔다. 이는 지난 시즌 100구당 구종 가치(Pitch Value, 해당 구종을 던져 얻은 득실) 2.99로 체인지업 부문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이번 시즌에도 5.25로 해당 부문 2위에 올라있는 체인지업의 대가다운 면모였다.
또한, 단 8개(9.1%)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적절한 시점마다 구사한 커브도 신시내티 타자들의 타이밍을 흐트려놨다.
이날 류현진과 호흡을 맞춘 포수 러셀 마틴은 <스포츠 넷>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계속 같은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공을 좋은 위치에 넣고 있다. 그는 모든 타자를 공략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상대 타자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 류현진의 호투 비결은 제구력과 다양한 구종 배합 능력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여러 현지 매체에서 지목하고 있는 류현진의 호투 비결과도 일치한다. 경기 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이 "류현진 다시 거장의 솜씨를 보이다, 31이닝 연속 무실점(Ryu masterful again, runs scoreless streak to 31)"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은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과연 류현진은 다음 등판에서도 지금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의 변동이 없다면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26일 오전 8시 15분에 열리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원정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강정호가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는 만큼 한국인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맞대결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