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삼성팬이 아니라 롯데팬이라는 점을 밝혀둡니다.
삼성팬들의 이승엽에 대한 글을 보고 저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 경험이 있어서 몇 자 끄적여 봅니다.
삼성 팬들에게 이승엽이 차지하는 위치와는 다소 다른 점이 있겠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롯데 팬으로써 절대로
'까고'싶지 않은 선수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저에겐 말년의 '마해영'선수나 '염종석' 선수가 비슷한 경우였죠.
99년인지 00년인지 기억이 정확히 나지 않지만 양대리그 시절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그 유명한 '호세
사건'이후에 보란듯이 동점 홈런을 날리던 마해영의 모습을 봤던 롯데팬들이라면 마해영을 충분히 전설의 한명으로 기억할 수 있을 겁니다. 순간 임팩트 뿐만 아니라 통산기록으로 봐도 이대호를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한
롯데 1루수였으며, KBO전체로 볼 때에도 손에 꼽히는 타자였다고 생각합니다.
말년에 마해영이 다시 돌아왔을 때, 많은 롯데팬들이 그를 환영해 주었습니다. 심지어는 마해영의 아들은 전학을 와서 친구가 거의 없었는데도 마해영의 아들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반장이 될 정도였죠.(^^;) 당연히 돌아온 마해영은 이미 팀의 핵심멤버에서는 한 발 물러선 타자였고, 그래서 팬들도 순수하게 환영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로 하위타선의 한방을 기대하는 6, 7번에 배치되었고 벤치에서 대기하다가 대타로 나오는 경우도 잦았습니다. 시즌을 놓고 봤을 때, 성적은 우리가 기억하는 마해영과는 심하게 거리가 멀었죠. 하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까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는 레전드가 성적이 나쁠 때, 팬들이 '까지' 않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은 감독이라는 점입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게임에 출장하는 선수는 현재 팀에서 해당포지션에 가장 경쟁력을 갖춘 선수가 되어야 합니다. 몇 경기 정도는 예우 차원에서 나올 수 있지만 말이죠.
현재 화가난 삼성팬의 심정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에는 훌륭한 1루수 자원이 있고, 이승엽이 계속해서 팀의 승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그건 당연히 '까일' 수밖에 없죠. 그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무조건 감독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예우는 레전드가 레전드로 남을 수 있게 배려하고 관리하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