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용어로 '선택적 기억'이라는 현상이 있습니다. 많은 표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상황만을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나머지를 망각하는 인간 특유의 인지상황을 지칭합니다. 예를 들어, 가로등이 고장나 깜빡이는데, 내가 지나갈때만 가로등이 꺼진다고 느낀다던지, 자신이 집을 비울때만 애완동물들이 사고를 친다던지, 헤어숍에서 머리를 할 때만 비나 눈이 온다던지 라는 표현등이 이 선택적 기억의 효과입니다.
선택적 기억이란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이 강조되거나 행복한 기억만을 추구하는 극단적인 방향으로, 다른 기억들을 망각하는 형태로 일어납니다. 인간 특유의 일련의 심리적인 방어 기제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야구에서는 clutch 나 RISP같은 지표가 선택적 기억이 가진 함정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겠네요. 혹자는 말합니다. 누구누구를 보아라 그는 항상 위기상황이나 기회에서 대단한 활약을 했다라고. 하지만, 그러한 주장을 하신 분들의 기억에는 위기나 기회상황에서 전혀 활약하지 못했던 기억들은 '삭제'되었기 때문이죠. 통계학적인 관점에서 그 기록이 표본 오차를 뛰어넘는 유의미한 상관 관계를 보인다는 증거는 전혀 발견되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선택적 기억이 잘못되었다라고는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어쨌건 '위기'와 '기회' 자체는 수학적으로 정의 될 수 있는 것이고 여러분들의 기억의 미화를 통해 이러한 상황에서 어느정도 활약한 선수들을 스타로 인정하고 있는 것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일종의 잘못된 편견인 '선택적 기억'을 들먹이며, 특정 선수의 포텐셜을 부정하는 주장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같은 품질인데 상품가격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타당하지만 품질 자체가 떨어진다는 주장은 어불성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