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을 비롯해 미국 언론들은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라소다 전 감독의 별세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심장 문제로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 입웠했던 라소다 전 감독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거쳐 회복한 뒤 지난 6일 퇴원했다. 그러나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풀러턴의 자택에서 심장마비가 일으켰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을 거뒀다.
라소다 전 감독은 다저스의 전설이다. 지난 1954년 브루클린 다저스에서 데뷔한 투수 출신으로 선수로는 메이저리그 3시즌 경력이 전부. 은퇴 후 다저스에서 스카우트로 시작해 감독 자리까지 올랐고, 1976년부터 1996년까지 21년간 팀을 이끌며 상징과 같은 존재로 떠올랐다.
총 3040경기를 지휘한 라소다 전 감독은 통산 1599승1439패 승률 5할2푼6리를 기록했다. 월드시리즈 우승 2회, 준우승 2회, 내셔널리그 우승 4회, 서부지구 우승 8회의 화려한 업적을 쌓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선 미국야구대표팀 감독을 맡아 금메달을 이끌었다.감독 은퇴 후 1997년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고, 등번호 2번은 다저스에서 영구결번됐다.
은퇴 후에도 다저스 구단 부사장, 특별고문으로 일하며 레전드 원로로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1994년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투수 박찬호가 미국에 왔을 때 양아들로 삼으며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그의 성공에 든든한 배경이 됐다. ‘박찬호의 양아버지’로 국내 야구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2013년 한국인 투수 류현진이 다저스에 입단했을 때도 응원을 아끼지 않으며 힘을 실어줬다. /sunday@osen.co.kr
#1 박찬호의 '양아버지'
박찬호는 라소다 전 감독의 사망 소식을 듣고 SNS에 애도의 글을 올렸다. 박찬호에게 라소다 전 감독은 특별한 존재였다. 고인이 된 그는 박찬호의 양아버지를 자처했던 인물이다.
박찬호는 “어떤말로 이 슬픔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 27년 동안 내게 사랑을 준 전설적인 야구인 토미 라소다 감독님이 새로운 세상으로 가셨다. 너무나 마음이 무겁고 슬픔이 깊어지게 하는건 그가 내게 준 사랑과 추억들이 더욱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고 글을 올렸다.
이어 박찬호는 “코로나 때문에 병문안도 못 가보고, 떠나기 전에 얼굴도 못보고, 목소리도 못듣게 된 것이 더욱 슬프게 한다. 부디 고인이 된 라소다 감독님의 명복을 빌며 그의 업적과 야구 사랑, 그리고 삶의 열정에 깊은 감사와 경의를 보낸다. 사랑하는 레전드 라소다 감독님을 영원히 기억하며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고 슬픈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토미 라소다 전 감독에게도 박찬호는 특별했다. 2012년 토미 라소다 전 감독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복귀를 앞둔 박찬호의 소식을 전해 듣고 “찬호는 나의 양아들이다. 하지만 이젠 그가 야구선수로서 가야 할 곳을 찾아 가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찬호를 오랫동안 응원해 왔던 많은 한국 팬들 앞에서 뛸 수 있어서 나 또한 정말 기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야구선수가 아닌 양아들 박찬호에 대한 질문에서는 “찬호는 아직도 우리 와이프에게 자주 연락을 한다. 그리고 어버이 날에는 어김없이 우리 집에 꽃을 보낸다. 20년 넘게 감독생활을 하면서 수백 명의 선수들과 함께 했다. 하지만 어버이날에 꽃을 보내는 선수는 찬호밖에 없다”고 밝혔다.
#2 최희섭 내 '둘째 아들'
LA 다저스 부사장 시절 ‘코리안 빅맥’ 최희섭을 영입한 라소다 전 감독은 한인타운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서 “내 첫째 아들 박찬호에 이어 최희섭을 둘째 아들로 삼게 돼 기쁘다”고 밝히며 코리안 메이저리거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3 '굿, 베리굿!' 류현진
2013년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첫 라이브피칭을 마친 류현진은 '다저스의 전설' 샌디 쿠팩스로부터 커브 그립을 전수 받은 뒤 라소다 고문과도 만나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일찌감치 류현진에게 관심을 가져온 라소다 고문은 이날 류현진의 라이브피칭 때 3루 쪽 먼발치에서 유심히 지켜봤다. 그는 류현진의 피칭에 연신 "굿, 베리 굿!"을 연발했다. 이후 라이브 피칭을 마친 류현진에게 "좋은 공을 던졌다. 앞으로 잘 하라"며 악수하고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라소다 전 감독은 경기장을 직접 찾아 류현진에 대한 애정어린 조언과 응원을 보내며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적응하고 활약 할 수 있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