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오히려 공장 측의 징계를 받게 될 처지에 놓인 ‘방글라데시 노동자 3인’의 파문 <본보 2013년 6월21일자>이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이주노동자의 조직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 광주의 한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인권침해와 임금체불에 시달리고 있지만, 현재 법과 제도로선 이들의 권리를 지켜주고 있지 못하고 있는 한계 때문이다.
때문에 이미 수도권에서 활동중인 이주노동조합과 같이 광주에도 이주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조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의 확산 여부는 25일로 예정된 방글라데시인 이주노동자 3인에 대한 사업장의 징계위원회 결과가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징계위원회가 이날 해고 등 중징계를 내려 노동자 3명이 한국에서 추방당할 수밖에 없게 될 경우, 이는 광주지역 이주노동자 전체의 이슈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4시 광산구의 S공장에서 열리게 될 징계위원회에는 방글라데시 3명을 돕고 있는 유니버셜문화원장인 바수무쿨 씨가 통역으로 참관할 예정인 가운데, 이들과 연대 의사를 밝힌 ‘평등과 연대를 위한 민중행동(이하 민중행동)’도 1인 시위에 나서 노동자들을 응원할 예정이다.
앞서 바수무쿨 원장과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3명은 사장의 폭언·폭행과 관련,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데 이어굚 노동청에 신고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방글라데시 3인’을 돕기 위한 지역 사회의 연대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민중행동과 바수무쿨 씨는 이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적 해법으로 이주노동자 대변 조직화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24일 유네스코 광주지부에서 활동중인 바수무쿨 씨는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3명이 노동청, 고용센터, 이주민센터 등을 여러 차례 찾아가 도움을 요청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특히 방글라데시인 3명은 어딜가도 자신들의 편에서 얘기를 들어주는 곳이 없다는 데 크게 실망했다”고 전했다.
이어 “광주에는 이주민센터나 외국인인력지원센터 등은 있지만 이것만으론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권리를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광주의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함께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수도권에는 이주노동자들이 중심이 돼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조합(이하 이주노조)’을 설립하고 활동중이다. 2005년 4월에 설립된 이주노조에는 600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제도 개선을 위한 투쟁을 비롯, 개별적으로 벌어지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광주고용센터에 따르면, 광주와 전남 일부지역(장성·나주·함평)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5000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바수무쿨 원장은 “공감대만 형성된다면 이주노조 설립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주노조가 설립돼 활동하기 위해서도 지역 사회의 든든한 지지가 필요한 상황인데, “광주는 그 기반이 튼튼하지 못하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바수무쿨 원장은 “방글라데시 3명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는 끝나는 게 아니다”며 “열악한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들이 당당하게 모여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