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본토에 일본인은 없다”
얼토당토않을 것 같은 이 같은 말이 적어도 인류학적인 면에서는 사실에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본토에 순순 본토인의 DNA를 가지고 있는 비율이 4.8%에 불과한 것으로 일본 국립유전자협회가 밝혔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일본국립유전자협회 공식 홈페이지(www.nig.ac.jp) 전자박물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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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국립유전자협회 공식 홈페이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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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김성열 |
동 협회는 전자박물관의 '일본인의 기원'이라는 코너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들어있는 호우라이 사토시 박사의 연구자료를 일본인유래를 알 수 있는 가장 근거 있는 자료로써 공식 채택하고 있다.
그 동안 이와 유사한 내용의 연구들이 있긴 했으나 공신력 있는 일본기관이 공식 확인해주기는 이례적인 일이다.
동 협회 자료에 따르면 호우라이박사는 미토콘드리아 DNA다형으로부터 일본인의 유래를 밝히면서 일본 본토에는 순수 본토인의 DNA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4.8%에 불과하고, 50%는 한국인, 중국인의 DNA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돼있다고 밝혔다.
보통 인류학적인 면에서 일본인(원주민)이라 함은 죠몽인, 아이누, 류큐인 3집단을 뜻한다. 하지만 이 집단들이 각각 별도의 종족이 아니라 아이누와 류큐인은 죠몽인(본토인)의 후손으로 모두 같은 종족이라는 설도 있다.
어떻든 이들 3종족은 사는 곳이 서로 확연히 다르다.
류큐인과 아이누는 일본열도 남과 북의 끝단 즉 아이누족은 최북단 북해도에 살고 있고, 류큐인은 최남단 오키나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일본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본토(일본에서는 本州라고 부름)에는 죠몽인이라는 원주민이 있다.
日본토에 본토인DNA 보유비율 4.8%불과
그러나 일본인의 유래와 현대 일본인의 구성을 확인하기 위해 DNA를 분석한 호우라이 박사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일본 본토에는 순수 본토인의 DNA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으며, 대부분은 한국, 중국 등 대륙에서 건너온 도래인(渡來人)으로 구성돼 있음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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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우라이 박사가 밝힌 DNA로 본 5집단의 인구분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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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김성열 |
호우라이 박사는 일본인 집단의 유전적 배경을 추리하고 현재 일본인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밝히기 위해 일본의 3집단(본토 일본인, 류큐인, 아이누)과 한국인, 중국인으로 이뤄진 293명의 시료를 채취, 미토콘드리아 DNA의 염기배열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죠몽인이라고 하는 일본 본토인과 그의 후손들이라 여겨지고 있는 아이누나 류큐인은 어느 정도 유전적으로 가까운 관계에 있음이 밝혀졌지만 본토 일본인에 있어서의 유전자 풀의 대부분은 아시아대륙으로부터의 도래인에 의해 유래됐음이 밝혀졌다. 이 결과는 현대 일본인의 기원에 대한 혼혈설을 뒷받침하는 것이기도 하겠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 자료에 따르면 일본본토에 본토인(죠몽인)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비율이 4.8%에 불과하고, 오히려 중국인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비율이 25.8%였으며, 한국인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비율은 중국보다 약간 적은 24.2%였다. 류큐인과 아이누족은 각각 16.1%, 8.1%였다. 일본 원주민으로 간주되고 있는 죠몽, 아이누, 류큐 3집단을 모두 합쳐도 30%를(정확히 29%) 넘지 않았다. 이는 한국, 중국인의 DNA를 가진 사람의 비율 5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이다.
"한국, 중국 등 대륙인이 건너와 일본 만들어"
이것을 인구비로 봤을 때는 상당한 차이 있다. 일본의 총인구수는 1억3000여만명이다. 이중 90%가 본토에 살고 있다. 인구수로 봤을 때 1억1700여만명이라는 숫자가 본토에 살고 있다는 계산이다.
일본의 3집단 고유DNA 비율의 합 29%를 인구수로 다시 계산하면 1억7000여만명 중 3000여만명에 불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같은 현상이 나오게 된 데는 야요이시대 이후(390년 이후) 일본국토의 대분분을 차지하는 본토(本州)에 한국, 중국 등지로부터 대륙인이 건너와 지금의 일본국가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현대사회에서는 국경을 초월한 결혼 또는 이민 등 종족간 이동을 통해 민족고유의 유전자에 대한 의미는 별로 크지 않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는 근대 국가가 탄생할 무렵부터 일본 고유민족은 퇴색하고 대부분 한국, 중국 등지의 도래인으로 구성돼있었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한편 이 연구자료가 밝힌 한국인의 DNA유형별 인구구성을 보면 한국인이 한국고유의 DNA를 가지고 있는 비율이 40.6%였고, 중국 유형은 21.9%, 류큐인은 17.4%, 아이누는 1.6%였다. 그러나 일본 본토인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의 비율은 0%였다.
중국의 경우는 중국인 고유의 DNA를 가지고 있는 비율이 60.6%였고, 한국고유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중국인의 비율은 10.6%였으며, 일본 본토인의 유형 1.5%, 류큐인 7.6%, 아이누유형 1.5%였다.
"日중앙부 주민 유전자 몽골-한국인과 닮아" 도쿄대 연구
인간 6번 염색체 내의 HLA(인체 백혈구 항원)를 판단 지표로 한 연구결과 일본인의 뿌리가 한반도 도래인이라고 밝혀낸 것은 유물이나 유골, 혈액형 등을 통한 기존 연구보다 설득력이 더 크다.
도쿄대 의학부 인류유전학교실 도쿠나가 가쓰시 교수는 “HLA는 유전자 결합방식에 따라 이론상 34억쌍 존재할 수 있어 유전자 지표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특정 HLA유전자가 특정 민족에 많이 존재하는 점과 이 유전적 특징이 수천년 이상 존속된다는 점은 이미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이번 연구 결과 일본 본토인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HLA유전자 형태는 HLA-B52-HLA-DR2. 기타큐슈(北九州) 지방에서 일본 열도 중앙부를 거쳐 야마가타(山形)현에 이르기까지 12% 이상 존재했다. 반면 오키나와에서는 2%, 아이누민족에서는 1%였다.
중국 남부인에게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은 반면 몽골인에게서는 5~8% 나타났다. 이런 사실을 들어 도쿠나가 교수는 몽골과 중국 동북부에서 한반도를 거쳐 일본 열도 중앙부에 이른 집단이 현재 일본 본토인의 선조집단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존재(7.0% 정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HLA 유전자인 HLA-B44-HLA-DR13 관련 연구도 흥미롭다.
일본의 경우 기타큐슈지역은 5.4%, 동해에 인접한 후쿠이(福井) 지역은 7.2%, 니가타(新潟)지역은 5.5%, 시고쿠(四國)섬의 경우는 4.0%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오키나와나 아이누민족에게는 1%에 그쳤다. 이 점 역시 선조집단이 한반도에서 일본 열도 중앙부로 이동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도쿠나가 교수는 해석했다.
도쿠나가 교수는 인간 유전자 정보(게놈) 연구 결과를 응용한 이번 연구가 ‘우연’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당초 관심은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알레르기 류머티즘 등 특정질환에 관련된 유전자 분석이었다”고 말해 일본인의 뿌리가 한반도 도래인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히기를 주저해온 기성 학계의 반발을 우려하는 듯했다.도쿠나가 교수는 ‘인간 게놈 계획과 유전자 진단의 장래’(1999년), ‘몽골계의 지구’(1995년) 등 저서를 낸 바 있다.그가 소속된 도쿄대 의학부 인류유전학교실은 HLA형을 조사하는 데 필요한, 간이 DNA검사법을 10여년 전 개발해낸 권위 있는 연구기관이다. 현재 이 DNA검사법은 골수은행 등록시 등에 폭넓게 응용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도 이 DNA검사법이 큰 도움이 됐다고 도쿠나가 교수는 밝혔다. 그는 “최종 연구 목표는 당뇨병과 고혈압 등 질병이 어떤 유전자에 관련된 것인지를 밝혀내는 것”이라면서 “이번 연구 결과를 이용해 외국 연구자와 공동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HLA(human leucocyte antigen)▼6번 염색체 내에 존재하며 100개 이상의 유전자가 밀집된 유전자군. ‘인체 백혈구 항원’으로 불리기도 하며 면역기능을 통제한다. 장기 이식 때 HLA형이 다르면 거부반응이 일어난다. HLA는 게놈 정보 중 1000분의 1에 불과하나 유전자 지표로서의 가치가 매우 커 당뇨병 고혈압 등의 질병을 연구하는 이들이 주목하는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