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에 대한 농어촌 주민과 도시민의 호감도는 비슷할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농어촌 다문화가정의 사회적응 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농어촌 주민의 상당수는 다문화가정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촌 현지통신원 809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 ‘다문화가정에 대한 태도’나 ‘다문화가정 정책 확대에 대한 태도’ 등을 묻는 질문에 80% 이상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에 반해 도시민은 다문화가정에 대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입장을 보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전국에 거주하는 국민 2,500명(농림어업인 88명 포함)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어느 국가든 다양한 인종·종교·문화가 공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는 ‘문화공존’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은 36%에 불과했다.
또 ‘국민 다문화 수용성 지수’도 51.17점(100점 만점)으로 절반을 간신히 넘겼다. 상위 20%도 70점 내외였다. 최근 개발돼 이번 조사에 처음으로 이용된 이 지수는 35개 항목으로 이뤄진 질문을 지수화한 것으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개방성 등을 묻고 있다. 조사 결과 결혼이민여성 등이 한국의 문화와 관습에 순응할 것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정도가 강했다.
이런 결과는 농어촌 지역의 경우 다문화가정이 도시 지역보다 훨씬 많아 이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자주 접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0년 혼인한 농림어업 남성 종사자의 33.9%가 외국신부를 맞았다. 박대식 농경연 연구위원은 “농촌에서 실제로 다문화여성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이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란 걸 느끼게 된다”며 “오히려 외국으로 시집올 결심을 했을 정도면 웬만한 국내 여성들보다 더 진취적이고 꿈이 큰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이웃 주민과 별다른 교류가 없는 도시민의 경우 다문화가정과는 그 정도가 더 심해 이들에 대해 근거 없는 편견 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언론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중국인의 한국여성 살해사건 보도는 같은 범죄라도 외국인이 저지르면 더욱 크게 부각돼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로 옮겨붙는다는 것을 보여 준다.
박연구위원은 “범죄 등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외국인은 국내에 체류한 전체 인원을 감안하면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외국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버려야 우리 사회가 보다 성숙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황식 국무총리는 최근 열린 제5차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에서 “다문화·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차별은 사회의 다양성과 사회통합을 저해한다”며 “외국인에 대한 혐오증이나 부정적 인식이 더 이상 깊어지지 않도록 종합적인 개선책을 마련해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