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흉하고 창백한 좀비같은 가마꾸라 대불은 나이가 850살에 이릅니다.
처음 불상이 만들어진 것은 1247년, 당시에는 나무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태풍으로 천벌을 받아 불상이 박살나 다시 1252년 청동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가마쿠라의 대불 뒤에는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보여주는 상처가 대불 뒤에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대불을 보러 찾아간 이유 중의 하나로 말했던 어떤 건축물 이야기입니다.
대불의 뒤편에 있는 이 건물, 딱 보기만 해도 일본 건물이 아니라 우리나라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왜 한국 땅을 떠나 가마쿠라까지 건너와 대불이 있는 사찰 고토쿠인에 조용하게 숨어있는 것일까요?
건물의 이름은 관월당, 달을 바라보는 집이란 시적인 건축물입니다. 그리고 크기는 작아도 보통 건물이 아닙니다. 경복궁에 있던 궁궐 건물이었습니다.
저 관월당이 경복궁에 있을 때 어떤 용도의 건물이었는지는 아직도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본으로 가게 된 정확한 경위를 밝혀주는 자료도 없습니다.
다만, 알려진 것으로는 20세기 초반, 조선 왕실이 돈이 부족해 빌리면서 저 건물을 조선척식은행에 금융 담보로 잡혔고, 이후 조선척식은행이 경영이 어려워 야마이치증권이란 회사에 융자를 받으며 야마이치증권으로 넘어갔다고 합니다. 저 건물을 받은 야마이치증권의 설립자 스기노 기세이는 자기 집에 저 관월당을 가져갔다가 1924년 이곳 절 고도쿠인에 기증했습니다.
그래서 저 건물은 이곳에 저렇게 뜬금없이 옮겨와 지금까지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80년 넘게 말이죠….
다행히 이 외국에 뜯겨나간 경복궁 건물을 돌려받기 위한 작업이 지금 진행중입니다. 조계종과 일본 불교계가 올해 초 저 건물을 한국으로 다시 가져가기로 하고 협의중입니다.
한 나라의 궁궐 건물에서 담보로, 그리고 일본 재벌가의 소유로, 다시 일본 절의 부속 건물로 정처없이 떠돈 관월당. 하루라도 빨리 한국에 돌아와 경복궁에서 다시 사람들과 만나야할 것입니다. 저 건물의 한을 풀어줘야겠지요.
가마쿠라에 가신다면 저 멋진 대불도 보시고 그리고 대불 뒤편에 있는 저 슬픈 우리 건물도 꼭 보고 돌아오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