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왜 세계사에 뒤쳐지게 되었나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근대 이전에 동아시아가 세계의 전부였던 선조들의 관점에서 조선은 중국에 이어 두번째 가는 나름 잘 나가는 국가였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어처구니 없어 보이지만 당시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 못 할 것도 아닙니다. 아편전쟁으로 급속히 몰락하기 전까지만 해도 당시의 청나라 그리고 이전의 명나라는 세계 초강대국에 해당하였습니다. 현대에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교통, 통신, 운송, 물류에 있어 기술적, 시대적 한계가 존재했기 때문에 서양과 동양의 교류에는 한계가 있었고 사실상 세계관이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당시에 적어도 조선의 관점에서 동아시아, 중국, 한국, 일본 기타 영역의 국가로 제한된 세계관 하에서는 조선은 중국에 이어 두번째가는 문명국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중국을 제외한 그 어떤 국가에도 꿀리지 않는다는 이러한 자부심은 상당하였으며 근대초까지도 일본과 서계문제를 놓고 말썽이 있었던 점에서 이는 드러납니다.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만약 이러한 질서가 그대로 이어져서 동아시아 중심으로 세계가 개편되었다면 현재의 세계사에서 평가하는 것과는 달리 한국은 세계사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로 평가되었을 것이고 그에 비해 일본이 현재처럼 과대평가되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흔히들 정조가 좀 더 오래 살았으면 역사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혹자는 얘기하지만 제가 보기엔 우리 역사의 전환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임진왜란 후의 북인이 정권을 잡았을 때까지 올라가야 된다고 봅니다. 당시의 북인은 정통 유학자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상당히 과격하였고 그들이 생각하는 윤리적 관점에서 패륜적인 집단이었지만 그것은 그들이 성리학에 매인 교조적 집단이 아니었기 때문이었겠죠. 북인이 몰락한 이후에 그러한 성리학적 사고에서 벗어나서 역사를 바꿀 수 있을만한 세력은 한국사에서 등장하지 못 하였다고 봅니다.
요약하자면 서구 중심의 현 세계사에서 뒤쳐지지 않아야 했다면 임진왜란 직후의 북인 계열의 주도하에 변화가 있어야 했고
동양이 만약 세계를 주도하는 세계사가 되었다면 조선은 세계사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로 평가되었을거란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