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전 학계에 있지는 않고 일반 회사에 다니는 직딩입니다.
다만 업무 관계로 대학원까지는 다녔습니다. 그래서 주류학계의 분위기, 대학의 분위기등은 잘 알고 있습니다.
사학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상식선에서 이책 저책 읽어보았고 소위 재야사학자들의 주장이나 환단고기등도 제법 관심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공부를 해보면 재야사학자들의 주장이 상당히 허무 맹랑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조 아래 주류사학자들을 공격하는 글을 봐도 실제 주류사학의 주장이 무엇인지 조차 잘 모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선 강단사학, 주류 사학이라는 것의 실체를 모르고 있어요. 이병도학파? 식민사관에 경도된 악의 세력?
단언하건대, 그런 거 없습니다.
이병도는 식민사학자인가?
물론 주류사학자들이나 사학도들이 이병도를 단순히 식민사관에 물든 매국노라고 주장하면 대부분 비난을 할 겁니다. 그게 이병도라는 인물의 주장이 그다지 단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병도는 실증사학을 받아들인 인물입니다. 당시로서는 역사학을 사회과학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실증사학이 유일한 방안이었을 겁니다. 뿐만 아니라 이병도의 스승들은 일본서기류의 신화적인 천황중심사학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어요. 실증사학에 위배되는 주장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이병도는 위만조선의 중국지역사가설 등에 반대하는 이론을 펼치기도 했어요. 위만이라는 연나라 사람이 아니라 조선 혈족이고 고조선의 세력권이 요동반도에 있었으므로 위만조선의 역사는 조선의 역사라는 식으로 당시의 식민주의사관에 대립되는 주장을 펼친 부분도 있습니다. 물론 중국사서에 묘사된 위만이라는 인물의 기록에 근거한 주장이었으므로 실증사학이라는 자신의 이론에 충실한 부분이었을 수도 있어요.
정확하게 식민사관이라는 것이 뭔가요? 우리 민족의 역사가 주체성이 없고 타율에 지배되고 있으며 정체되어 있고 그건 민족성 때문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 아닌가요?
이병도의 모든 주장이 그런 입장에서 쓰여져 있지는 않다는 겁니다. 일제시대에 협력한 인물이므로 시대상에 맞추어 민족주의사관을 주장하지는 못했을 거라고 충분히 짐작합니다. 그러나 그가 적극적으로 타율론, 정체론, 민족성파탄론을 펼치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주류사학은 식민사관을 주장하나?
여러번 이야기 하지만 주류역사학이 악의 소굴이 아닙니다. 인간의 천성이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어서 "재야사학, 민족주의 사학 아니면 다 식민사관이다!!!"라고 주장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가요? 주류사학의 주장도 복잡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생계가 달려 있고 자신의 업이 그것이므로 철저하게 고전을 파고 공부를 하고 한자를 익힙니다. 그래서 상호 주장도 반박하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주장을 펼치려고도 하고 나름 상상의 나래를 펴 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신라와 흉노의 연계설, 이거 아마 30년 전에 주장 했다면 난리가 났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새 주류사학에 편입되었죠? 사실 유럽에서 흉노의 이동과 훈족의 이동을 연구하면서 신라고고학 유물과 연관하여 이미 발표된 이론이었어요. 재야 말대로 주류학도들이 놀고 있었으면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서 다시 고문을 연구해서 논문 발표하고 TV다큐까지 나왔겠어요?
인터넷 아마추어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이들이 세상을 참 쉽게 본다는 겁니다. 그리고 자신과 반대세력을 악으로 포장하기를 참 좋아 합니다.
세상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금수저로 쉽게 부자되는 인간들은 있어도 그저 먹기로 학위 따는 인간들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논문 베끼기? 논문 대필? 네... 많아요. 그런데 그런 인간들은 진짜로 공부가 아니라 일종의 명예나 필요성에 의해서 하는 짓입니다. 자신이 진짜로 발표를 하고 논쟁을 벌이는 사람들은 그런식으로 살아 남을 수가 없습니다. 지잡대라고 불리는 학교라고 해도 자기 제자들을 그런식으로 교육하는 교수들은 많지 않아요.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제가 석사 밟을때는 그랬습니다. 학계 모임 가보면 치열 했거든요. 지잡대 교수들이 오히려 더 열정적이었고 한 자리라도 얻으려고 죽도록 파고드는 학생들을 많이 봤어요.
주류학계, 우습게 보지 마세요.
어떤 일을 주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일반인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러다 보니 관점이 좁고 융합적인 측면은 약할 수 있습니다. 한 부분의 전문가가 다른 부분에 약한 경우는 많아요. 초기 실증사학의 약점이 부분에 강하고 전체 흐름과 연관성에 약한 부분이었던 것도 그러한 경우입니다. 자신의 전공 부분에만 특화되었죠. 왜냐하면 그래야 그나마 살아 남을 수 있거든요. 천재가 아니라면요.
그런데 일반인들이 그들을 쉽게 매도 하는 걸 보면 저는 참 세상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한문을 주류사학자들보다 잘 알까요? 유물에 대한 지식이 더 많을까요? 국제 논문의 흐름에 대해서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들보다 해외 저널을 더 많이 구독할까요?
주장은 자유입니다.
그러나 학문에 대해서 논할 때는 합리성과 논리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우리민족이 최고다!!! 네... 좋은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민족이 뭐지, 언제부터 민족이라는 말이 생겼는지, 민족과 민족주의는 같은 것인지, 아니 심지어 민족이라는 단어는 누가 만들었는지는 아나요?
민족주의 사관? 좋습니다. 그런데 민족주의 사관이 민족주의의 하위 개념이고, 그중에서도 해방적 민족주의의 일환이라는 사회과학의 기본개념은 인지하고 계시나요?
인문학관점에서는 민족주의자체가 경멸에 가까운 개념이고 이런 관점은 만국 공통이라는 기반지식은 가지고 계시는지요? 결국 주류학계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학계가 가진 기반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난 이런 걸 믿어!! 난 이게 무조건 진리야!!! 이렇게 외친다고 진리가 되고 소통이 되진 않습니다.
가생이라는 작은 게시판에서는 그걸 맞다고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그러나 조금만 넓은 지역으로 간다면 그냥 웃음거리가 되기 쉬워요. 난 그래도 좋다!! 왜냐하면 식민빠들을 쳐 부수어야 하니까!!! 네... 그런데 그런 식민빠의 실체는 없다니까요???? 허수아비치기라는 논리적 오류입니다.
여기 글 몇 줄 읽다 보니 그냥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몇줄 적어 봅니다. 이글 읽는다고 뭔가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하진 않습니다. 다만...... 여기 글만 읽고 경도되는 몇몇 분들이 조금 다양한 관점을 가져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적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