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ner님의 요청으로 오늘은 술과 관련 된 이야기를 한 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 술, 저 술을 다 맛보고 평가해 보는 고급 입은 아니기 때문에 유명 술들을 따로 분류해서 설명을 드리진 못하겠네요.
뭐 그래도 나름 할 이야기 분량은 좀 되니 1, 2부로 나누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부에서는 간단히 중국에서 소비되고 있는 술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고,
2부에서는 제가 중국에서 겪어봤던 술자리들을 통해 수박 겉핥기나마 중국의 술문화를 같이 느껴보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이 땅이 넓다보니 각 지역별로 참 다양한 술이 많습니다.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그 지역에서만 파는 전통술들이 있지요.
요즘에 와서는 젊은 사람들은 백주(白酒),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빼갈(白干兒)을 먹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맥주나 양주를 먹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요.
듣기로는 전국에 있는 맥주 상표만 2000개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양주는 중국술이 아니니 제가 소개할 만한게 없고(비싸서 많이 못 먹어봤습니다.), 중국에서 생산 된 맥주 이야기를 우선 해보겠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중국 맥주 종류만도 상당히 많은데 제가 이야기 해보고 싶은건 어느 지역을 가나 싸게 먹을 수 있는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서민 맥주들 입니다.
보통 한 병에 싸면 1.5위안(원화 약 250원)정도 하는데, 이 가격이면 중국에서 생수 한 병을 사먹을 수 있는 돈입니다. 술이 물 값이고 물이 술 값이죠 -0-;;
각 지역 맥주들이 맛 차이가 있기든 하지만 제가 먹어본 20여 지역의 싼 맥주들의 맛을 이야기 해 보자면 대체적으로 묽다는 느낌입니다.
예전에 독일이나 체코 맥주, 가까우면 일본에서 나온 맥주들을 먹어보면 뭐랄까 한국 맥주에 비해서 거품이 미세하고 좀 찐득하니 찐한 느낌이 있었던 거 같은데요.
이런 중국 맥주들은 한국의 것 보다 조금더 묽은 느낌이 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취하기 위한 술자리가 아니라 밥 먹을 때 같이 마시기에는 오히려 다른 맥주들 보다 느낌이 좋았습니다. 싼 가격으로 인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부담없이 즐기고 있습니다.
백주같은 경우는 여러분들도 한 번쯤 들어보셨을만한 마오타이나, 우량예 같은 술이 명주로 꼽아주긴 합니다. 하지만 비싼 가격(싸면 한 병에 원화 약 4만원, 비싼건 몇 십만원) 때문에 평소에 많이 즐기는 건 아니고 귀한 손님이 오셨을 때 대접하거나 선물용으로 소비되는게 많은 듯 합니다.
청탁용으로 많이 오고 가는데 이런 비싼 술이나 담배를 높은 가격으로 사들이는 상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왜 저런 가게들이 존재할까 했는데 나중에야 뇌물로 받은 술의 현금화가 가능하다는데 생각이 미치더군요.
이런 명주들은 검색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소개들이 많이 나오니 따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보통 저희같은 싼 입들은 대충 1000~5000원 정도되는 걸 많이 먹는데요.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2~3000원대 정도 되면 그럭 저럭 먹어줄 만 합니다.
가격은 싸 보이지만 나름 포장들도 예쁘게 해 놓은 것도 많아서 한국에 선물용으로 들고가서 최고급입니다~ 하면 속을 사람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백주는 이름에서 보듯이 술이 소주처럼 투명한데 싼 술들은 이름은 달라도 맛이 비슷 비슷하지만 그럭저럭 돈을 좀 들이면 독특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저는 양주같은 경우는 그냥 쓰게만 느껴지고 비싼 돈 주고 먹는 이유를 아직 잘 모르겠는데 중국 백주 같은 경우는 약간은 그 맛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작은 백주 잔(소주 잔 보다도 작은)에 한 잔 따라 놓고 향만 맡아도 기분좋게 취하는 듯한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
독하긴 하지만 다음 날 뒷 끝도 깔끔한 편이라서 지금은 소주 먹느니 그냥 백주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독주라서 그런지 싼 술도 오래 묵혔다가 먹으면 그 맛이 참 독특합니다.
아는 분한테 식사 대접을 받았는데, 30년 전에 사둔 싸구려 백주 한 병을 꺼내서 따라 주시더라고요.
저도 예전에 몇 번 먹어봤던 술이었는데 이게 느낌이 완전 다릅니다.
전에 먹었던 건 그냥 물같은 느낌이었다면 이건 한 방울 한 방울 뚝뚝 묻어나는게, 약간 걸쭉한 느낌이 납니다.
원래의 향도 긴 세월속에 숙성이 돼서 싸구려의 느낌은 없어지고, 이게 또 다른 의미의 명주구나 하는 느낌을 주더군요.
저를 상당히 신뢰하고 좋아해주시는 분이라 아낌없이 한 병을 더 따서 주시려는걸 나중에 100세 생신을 축하하면서 다시 같이 드시자고 하고 말렸습니다. ㅎㅎ
그 때가 되려면 또 몇 십년은 더 흘러야 하는데 과연 어떤 다른 맛이 날까요.
백주나 맥주는 한국에서도 먹어보려면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술들이니, 이번에는 제가 자주 마시던 약주를 하나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름은 찐지우(勁酒)인데요, 알콜 도수는 38도 정도로 나름 순한 술입니다.
처음 뚜껑을 따고 냄새를 맡으면 진한 한약제 향과 함께 달달한 향이 전해져 옵니다.
처음에는 중국친구들이 몸에 좋다고 하면서 먹으라고 해서 그냥 먹었는데 중국어를 어느 정도 배우다보니 뭘로 만들어졌는지 그게 궁금해지더군요.
술 병 뒷 쪽을 자세히 봤더니 우리가 들어 봤을 법한 구기자, 음양곽 같은 한약제들이 들어있습니다.
한참 연구중인데 이상한 단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馬鞭, 羊鞭, 狗鞭, 驢鞭 ...
중국어 실력이 많이 딸리던 시절이라 같이 술을 마시던 중국여자애들한테 무슨 뜻인지를 물어봤지요.
근데 남자애들은 키득거리기 시작하고, 여자애들은 얼굴만 빨개지고 대답을 잘 못합니다.
뭐 답은 대충은 예상하셨겠지만 거쉭이가 되겠습니다. 말, 양, 개, 당나귀들이 희생을 해 주셨습니다.
와우~ 이런 특급 아이템이 한 병에 겨우 5원(원화 약800원)이라니~
한 동안은 같이 살 던 선배가 너무 좋아해서 냉장고에 식재료는 없더라고 찐지우는 떨어질 날이 없었지요.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예전에 황실에서 마시던 술이라고 나오기는 합니다.(중국에선 진짜 싸구려들도 이런 식의 설명이 너무 많아서 다 믿음이 가진 않지만요.)
몇 년이 지나고 우연히 슈퍼에서 다시 봤는데 예전에는 써 있던 거쉭이가 첨가물에서 사라졌더라고요. 맛은 그대로 인거 보면 사람들한테 거부감을 줄까봐 이름만 삭제한 것 같습니다.(그랬으면 합니다.)
나름 약주인데 가격이야 어떻게 됐건 효과가 어땠냐고요?
뭐 그 당시 저나 선배나 저렴한 중국생활을 위해 기숙사에서 썩은 양말처럼 살아가던 시절이라 무슨 효과가 있는지 실험을 해 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믿어주세요.
생각이 나면 몇 병 사서 가생이 오프모임에 가지고 나갈 지도 모릅니다.ㅎㅎ
술이라는 방대한 범위의 주제로 이야기를 하려니 두서없이 글을 쓰게 되는군요.
아직도 많은 이야기 거리들이 남아있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2부에서 이어 쓰도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