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서 누군가가
한국은 효, 일본은 충, 중국은 의 라는 키워드로 압축적으로 적어주셨는데
원래 효, 충, 의는 전부 유학에서 파생된 덕목들입니다. 유학도 엄밀히 파고들면 효, 충 이런 사상은 유학의 본질인건 아닙니다. 공자, 맹자가 강조한건 사람간의 仁과 義가 강조되었지 가족관계를 암시하는 孝나 忠은 본래 유학의 가르침이 아니지요. (효나 충이나 원래는 같은 겁니다. 군사부일체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에요)
오늘날 국가라는 단어 자체가 가족이라는 개념과 그 양상을 빌려쓰는데서 시작합니다.
동양만 이런게 아니라 서양도 마찬가지였는데 절대왕정시대의 군주는 아버지이고 백성들은 신민이다라는 사상이 있었고(그야 기독교에서 神은 원래 아버지로 호칭되었고 절대왕정시대에 신을 대리해서 대권을 행사한다는 정통성이 있었던 그 시절에는 왕이 신과 다를바 없었죠. 이런 중세적 마인드가 근대국가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거, 이걸 정치학에서는 '주권론'이라고 부릅니다)
이런걸 일찍히 경험한 조선에 비해서 명치유신이 되고 나서 중앙집권제 국가를 완성한 일본제국이 유학에서 쓰이는 충, 효라는 덕목을 뒤늦게 적극 활용하게 됩니다. (명치유신이후의 일본하면 서구문물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반쯤은 서양배우기와 반쯤은 조선화된 양상이 혼재합니다). 그 당시 일제가 떠든 교육칙어의 내용이 일왕과 신민간의 가족적인 관계를 충분히 설명시키는데 있습니다.
'유아의 효는 신민의 충을 귀결된다'
'유교적인 가족과 결부된 미덕 없이는 어느 하나도 있을 수 없었다'
(히비노 유타카의 일본신도론, W.G 비즐리 '일본근현대사'로부터 재인용)
일본의 사무라이는 니토베 이나조라는 학자에 의해서 (조선에서 계수된 유학의 영향으로)
단지 사회계급적인 의미를 가졌던 사무라이가 학식, 교양, 충의를 강조하는 유사 선비관으로 미화되게 됩니다.
따지자면 사무라이의 원형은 조선선비들에게서 그대로 찾아볼 수 있었고 차이점이라면 선비는 조선사회의 계급적인 면을 대변하고 사무라이는 일본사회의 계급적인 요소라는 것이지요. 조선은 칼이 필요하지 않았고 일본은 여전히 칼을 관념적으로 형상화할 이유가 있었다는 차이.
이러니 일본은 충이고 한국은 효다라고 구분하는건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 충과 효는 원래 같은 사상. 논리
@ 일본 역시도 효라는 베이스로 충을 설명하고자 했다. 일제시대때부터.
궁극적을 가장 놓치고 있는건 유학은 효나 충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유학은 조상숭배를 중시하지 않았고 더욱이 유교라고 불리는 교리화된 사회시스템은 조선만이 유일하게 했습니다. 일본, 중국에서는 통치이념의 일부로 사용되었을 뿐이고요.
한국문화를 보다 본질적으로 볼려면 유교나 유학이 핵심이 아니라 어째서 유학을 유교라는 사회전체로 확장시킬 생각과 그런 담론, 사회구조, 의식수준을 파는게 진짜 문화적 심급이 있어요. 혹은 대륙에서는 불교가 사상적 색채를 잃어버리고 단지 쿵푸나 연마하면서 돈이나 버는 세속주의를 허용하게 되었는가의 여부, 반면에 한국불교는 중국과 다릅니다. 고려시대때의 불교행사였던 팔관회는 정통 불교에서 가르치는것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어요. 문제는 이런 외래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어떤식으로 각국이 받아들이고 토속과 융합하게 되었는가, 이런 차이가 진짜 문화적 차이에요.
겉으로 보이는 충, 효, 의 이런건 서양에도 아프리카에도 있기에 이걸 문화적 차이점으로 인식하는것도 억지고요. 성경에도 왕가에 대한 충성, 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는것, 의로서 구원을 얻는다라는 식의 사회정의론이나 국가충성, 가족관계는 전부 적혀 있습니다. 이걸 딱히 동양만의 무언가로 정의하는것도 이상하고요.
오늘날 할리우드영화 안보는 나라가 없다고 해서 전세계가 미국문화라고 우길수는 없듯이 유학이 전파되었다고해서 '유교문화권'이라는 억지개소리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륙은 유학보다는 노장사장->도교식 마인드가 더 민간에 침투되어 있고 우리나라가 생각하는 그런 유교식 마인드와는 많이 다릅니다. 더욱이 현대 한국에 있어서의 문화적 친숙성은 유교가 아니라 미국문화겠지요.
많은 사람들은 유교, 유학하면 제사, 효 이런 이미지로 떠올리시는데 이건 분명 잘못된 유교이미지인거 맞아요. 조선이 파헤쳤던 유학은 신유학이라고해서 불교, 도교에 비해 형이상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걸 안 유학자들이 우주질서가 어떻고 하면서 합리성의 체계를 구축하는데에서 시작되는겁니다. 그러니 조선중기부터 학자들끼리 동물과 인간은 같냐 다르냐라는걸 설명, 논증하기 위한 전제, 논리적 근거를 성리학의 형이상학적 근거로부터 가져오게 되는 것이고요. 서구과학에 침투하기 이전에는 '합리성'의 세계였습니다. 조선이 미쳐있었던건 제사나 효가 아니라 어떻게 사회가 합리적으로 돌아가야 하는가의 이유와 실천의 문제였었고요. 한국이 효문화다? 글쎄요. 이건 한국문화의 원형도 무시하고 유교도 무시하는 것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