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제국 크세르크세스기의 기록을 보면 재밌는 일화가 나온다.
크세르크세스는 자신이 건설한 수사와 페르세폴리스 그리고 바빌론에 정기적으로 머물면서 제국 전역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는 정책을 폈다.
바빌론은 유서깊은 도시이므로 선대인 다리우스때부터 존중하고 종교적인 면 역시 존중했으나 크세르크세스는 정치적 반란으로 인한 것인지 몰라도 바빌론의 종교와 전통을 멸시했다. 실제로 주신 마르둑의 신상을 파괴하기도 했다. 아케메네스왕조의 전통종교가 조로아스터교였기 때문에 마기(조로아스터승려)들이 우상숭배를 금해 달라고 요청했기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크세르크세스는 바빌론제국의 마지막 왕 나보니두스가 과거 유적 탐구에 미쳐서 정사를 전혀 돌보지 않았고 한해의 반을 사막에서 바빌론 제국 과거의 영광을 돌아보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전쟁조차 제대로 못하고 백성의 버림을 받아 자신의 할아버지, 키루스에게 도시를 내주었다고 말한다. 역사적 기록(키루스의 실린더-설형문자가 적힌 원통)을 보면 실제로 바빌론의 백성들은 환호를 하며 키루스의 군사를 맞이했다고 적혀 있고 키루스는 이들을 관대하게 대했다고 한다. 이후 나보니두스는 소원대로 평생 유적을 발굴하고 고대 수메르, 바빌론의 영광을 돌아보다가 죽었다고 한다.
페르시아제국의 후손은 현재 이란이다. 그리고 이들은 아랍인아 아니라 아리아인이다. 이란이란 이름은 아리아란 민족에서 기원한 것이다. 맞다. 히틀러가 그렇게 미쳐서 좋아했던 그 아리아인이다. 역사적으로 이들은 인도유럽어족은 한 핏줄, 혹은 한 공통의 조상에서 분개되어 나왔다. 그래서 인도, 이란, 유럽의 아리아인종은 공통의 조상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그 아리아인의 정통성을 외치고 독일인이 일만년전 아틀란티스에서 기원한 순수한 아리아인의 본류라고 외치던 히틀러는 이란이나 인도인에게 동질성을 느꼈을까? 어쩌면 가장 순수한 아리아인은 자신들이 아니라 이란이나 인도인일지도 모르는데? (이런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면 일본의 동조동근론이 얼마나 웃긴 이야기인지 바로 알 수 있지 않나? 마찬가지로 일부 사이비역사학도의 주장처럼 현재의 만주족, 투르크족, 몽고족 등을 찾아 다니며 사실 너네들과 우리들은 다 같은 동이다, 같은 민족이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하면 그들이 우리를 중심으로 뭉쳐줄까?)
그리고 메소포타미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제국을 건설했던 이란은 그래서 그 민족적 자긍심을 바탕으로 자신의 기세를 떨치고 있을까?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할까?
역사를 바로 알고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역사와 과거에 집착해서 사실을 왜곡하고 아전인수식으로 사고하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이 식민사관을 우리에게 강요하고 우리 말과 문화를 억압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행위다. 그런데 그 반대 급부로 실제 있었던 우리의 역사를 과장하고 부풀리는 것 역시 일제 잔재 아닐까?
있는 그대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공부하고 그 사실을 토대로 현재의 우리를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역사공부의 의미다. 우리가 얼마나 더 크고 위대했던 민족이었나를 되뇌기 위해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말한다. 역사 공부해서 우리 선조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선조, 우리 부모가 꼭 잘나고 아시아를 호령해야만 우리 선조로 받아들이겠다는 건가? 못나도 울엄마라는 말은 괜히 생긴 말이 아니다. 아니, 잘나고 못나고의 문제가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받아들일 때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만 우리는 발전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게 역사공부의 의의가 아니라면 역사공부의 의의는 도대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