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가 되레 '장벽'된 국내 산업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해 국내 석유화학시장에 중국산 제품이 쏟아지면서 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석유화학 제품의 경쟁력도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중국 수출길은 철저하게 닫혀 있는 반면 국내 시장의 빗장은 모두 열렸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역시 올 들어 지난달까지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이 급격하게 늘어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FTA 타결 이후 구체적인 석유화학 품목에 대한 세부 협상이 마무리됐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이 상태로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은 중국산 제품 공세로 몸살을 앓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중 FTA에서 석유화학제품의 경우 에틸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제품이 15년, 20년이 돼야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에 포함됐다. 나프타.윤활기유가 15년 내, LG화학의 세계시장점유율 1위 제품 ABS는 20년 내 철폐품목으로 분류됐다. 국내 화학업계의 주력제품 테레프탈산은 아예 양허대상에서 제외됐고,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정유업계가 중국시장을 내다보며 앞다퉈 생산 라인을 키운 파라자일렌도 양허대상 제외 품목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업계는 중국은 이미 값싼 석탄과 메탄올 등을 원료로 에틸렌 시설을 늘려 생산능력이 세계 2위까지 올라왔고 프로필렌 자급률도 급상승 중에 있어 에틸렌이 10년 내 철폐 품목이긴 하나 이 역시 별 실익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내 화학제품이 중국의 자국제품 보호정책 아래 철저히 진격이 가로막힌 것과 달리 중국 화학제품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제품 특성상 가격으로 경쟁력이 결정되기 때문에 관세 1~2%는 굉장히 예민한 숫자"라며 "중국의 화학제품 자급률 상승, 제3국의 대중 수출 증가 등과 맞물려 한국 유화업계는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