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이 두려운가요?
Q. 야스다 고이치 A. 야마노 샤린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이런 시대의 흐름속에서 대부분의 재일은 매우 힘든 입장에 처해있다고 보여집니다. 제가 취재했을때 "재일이 무섭다"라는 사람은 적지 않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두려워하는 쪽은 재일이겠죠.
"그럴까요. 재일이라는 존재가 일본사회에서 어떠한 공포를 심어온 것은 사실입니다. 종전직후에 난동을 피웠고, 조선학교 학생이 일본인에게 싸움을 걸어 온 것을 많은 일본인이 알고 있습니다. <혐한류> 1권을 냈을 때 저도 솔직히 엄청 두려웠습니다. 정말 쫄았죠.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있었습니다. 재일이 집단으로 행정에 압력을 가하는 사건도 과거에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본래 '사실'로서 쓴 이상 쓴 내용에 책임을 지는 것은 표현자로서 당연한건 아닐까요?
"기자와는 다릅니다. 일반인이 갑자기 책을 내고 일부에서 큰 화제가 되었으니까요. 두렵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프로 만화가는 일반인이 아니죠. 누군가를 비판하려면 리액션이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더구나 일방적으로 재일을 악역으로 그리고 있으니까 아무 일도 없는 것이 이상하죠.
"그러니까 언론적인 반응이라면 상관없어요. 하지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죠. 실제로 협박장을 받았습니다. 당신 집 주소를 알아냈다면서."
—야마노씨의 '두려움'과 재일이 느끼는 '두려움'은 전혀 다른것 같습니다.
"재일은 소수파라고 하지만 40만명에 가깝습니다. 그것을 소수로 본다는 자체가 이상합니다."
—왜죠?
"지금은 괜찮죠. 여론이 혐한으로 기울어져 있으면 그렇게 무섭지 않지만, 제가 책을 냈던 2005년 당시는 사회가 아직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으니까요."
—음,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재일이 두려운가요?
"지금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엄청 무서웠죠."
—무엇이 두려웠나요?
"재일이 무엇인지 몰랐으니까 무서웠죠."
—몰라서 무서웠다? 그럼 지금은 알았나요? 지금은 두렵지 않다?
"어느 정도 알게되었고 알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상징적인 사건이 있었죠. 사쿠라이씨와 재특회가 조선대학에 대해서 데모를 했잖아요.1) 그걸 보고 괜찮겠구나 싶었죠."
—네? 재특회의 데모를 보고 재일이 두렵지 않다고 깨달았나요?
"저에게는 그것이 컸습니다. 왜냐면 조선대학이란 조선총련의 간부양성학교잖아요. 그런 곳에서 데모를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로 느꼈죠. 하지만 큰 충돌 없이 데모는 무사히 끝났습니다. 재일은 두렵지 않다는걸 알게 되었죠."
—상당히 이상한 이해방식이군요. 하지만 야마노씨의 지적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왜냐면 "재일이 두렵다"라는 논조는 그다지 새롭지 않으니까요. 말하자면 "재일은 죽어라"라는 말도 새롭지 않습니다. 일본사회는 오래전부터 재일에 대한 편견을 안고 있었고 실제로 관동대지진때부터 살인을 했으니까요.
"일본인의 마음 깊숙히 새겨져 있는 것은 종전직후의 일일 겁니다. 조선인이 승전국민이라면서 안하무인하게 행동했죠. 그때부터 '조선인은 두렵다'는 인식이 자라났다고 생각합니다."
대담을 마치며
4시간에 가까운 대담을 마치고 가슴속에 걸리적거리는게 남았다. 이번 대담에 흥쾌히 응해준 야마노씨에게 경의를 표하지만 "만화니까" "기자가 아니니까"라며 토론을 슬쩍 피해가는 그의 자세에 위화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계속 신경쓰이는 것은 야마노씨가 몇번씩이나 말한 "두렵다"라는 말이다. 재특회의 일원을 시작으로 차별데모 참가자를 취재했을때도 수도없이 들은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실제로 "두려운"체험을 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재일에게 공격당할지도 모른다. 빼앗길지도 모른다.
그들을 감싸고 있는 공포는 막연한 불안에서 시작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두려움'의 깊숙한 곳에서 주저할 수 없었다.
대담을 끝내고 며칠 뒤, 야마노씨로부터 메일이 왔다. 야마노씨는 "일본인은 그들(재일)이 뒤에서 무슨 꿍꿍이를 하고 있을지 모르기에 생기는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라면서 "두려움"을 강조했다.
결코 새로운 말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이런 논리야말로 이제껏 일본사회에 깔려있는 '재일관'이 아닐까. 이른바 모르거나 보이지 않기에 생기는 '두려움'이다.
모래를 씹는 심정으로 나는 야마노씨의 말을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