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아」, 1969.7.
1. 우리들 자신을 알자
... (중략) 6,7년 전의 일이다. 모대학의 고문으로 와 있던 미국인 교수인 친구가 필자 내외를 초대한 적이 있었다. 그 곳에 어떤 미국인 교수도 같이 초대되어 있었다. 이 친구와 장시간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화제는 한국의 현실과 장래에 관한 것이었고 특히 한국인의 자치능력이란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 친구는 한국 사람은 몇 사람의 훌륭한 지도자만 있으면 문제없이 남의 나라 원조 없이 독립해서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필자는, 한국은 그 전통으로나 국민성으로 보아서 일본보다 민주주의가 잘 성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일본인보다는 우수하고 통일만 되면 아무런 걱정이 없다고했다. 그가 필자의 말을 듣고서는 희색이 만면해지면서 하는 말이, 자기는 한국에 온 지 2년이 되고 한국말도 공부했으며 한국의 각계의 지도자 500명 이상을 면담해 보았지만 한국이나 한국인에 대해서 긍정적인 말을 하는 것은 당신이 처음이라고 했다 ...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일이다. 세계 여러나라에 배부되는 인쇄물에 어떤 한국인 동료가 한국인의 성격을 기술하기를, 한국인이 마치 이 세상에서 모든 악덕만을 갖추고 있고 좋은 점은 하나도 없는 양 해 놓은 것을 보고 경악을 금하지 못한 적이 있다. 어떤 동료는 처벌하자는 주장을 한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한국인이나 한국인에 대해서 부정적인, 자기말살적인 견해가 광범하게 존재하는 반면 우리의 모습을 되찾자는 움직임이 특히 요즘에는 한편으로 광범하게 대두하고 있으며, 특히 미국을 위시하여 해외에 있어서의 동포들의 활동이 인정을 받고 외국 사람들의 연구나 관찰에서 한국이나 한국인에 대한 긍정적인 면이 많이 지적되어 감에 따라서 우리들 스스로의 평가가 긍정적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는 것도 또한 사실이지만, 아직도 자기말살적이고 자기비하적인 한국관이 광범하게 존재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들 한국인에 광범하게 존재하면서 특정인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음과 동시에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다과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존재하는 경향이다.
필자의 경우에도 해방 후의 혼란과 6.25의 참변을 당하고 한국과 같이 부패 부정이 창궐하고 어지러운 나라가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외국 유학의 길을 떠났지만 5년 후에 돌아올 무렵에는 이러한 생각들을 고치게 되었던 것이다. 역시 동방예의지국이고 오히려 외국인들의 천박한 면을 많이 발견하고 한국인이 우수한 것은 우리가 생물학적으로 우수한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간직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밑바닥을 흐르는 전통이 높은 수준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가 직접 외국인이나 외국의 문물에 맞부딪침으로써 긍정적 가치를 인식하고 우리들의 유산을 발굴하자는 운동이 광범하게 태동하고 있고 발굴되는 작업이 진행중임을 우리는 볼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인의 주체성과 도」(이동식 저, 1989년 일지사) p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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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이동식 선생님은 정신과 의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