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 쓰려다가 글이 길어지니 쓰기가 힘들어서 새 글로 남김을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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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장기 침체의 원인은 내수 불황과 수출 경쟁력 하락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 엔저가 심할 때도 일본은 저성장의 늪에서 허덕였습니다. 2007년 11월경이죠.
그러다가 세계 경제 위기가 닥칩니다. 2007년 11월부터 세계적으로 금융가의 거품이 터지기 시작하더니 2008년 8월 리먼 브라더스사가 파산을 내버리며 피크를 이루죠.
이 세계 경제 위기 당시 일본 엔화가 안전 자산으로 선호되어 대량 매집이 일어나면서 엔화 가치는 엄청나가 올라버립니다. 그리고는 엔고의 시대가 열리게 되죠.
엔저 때에도 저성장이다, 수출 흑자폭이 대폭 줄어든다. 적자다. 노래를 불러댔는데 엔고까지 겹치게 되자 일본 자본시장은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게 됩니다.(물론 이 시기에도 활황기에 돈번 사람들은 사무라이본드다 뭐다 해서 돈놀이하며 짭짤하게 지냈습니다. 다만 일본 기업에 투자하지 않았을 뿐이죠.)
그리고 기업들은 생산 원가 절감을 목표로 비정규직, 임시직을 남발하며 직원들의 평균 임금을 하향 평준화하는 정책을 남발하고 결과적으로 소득이 준 일본인들은 지출을 줄여서 일본 내수시장이 더욱 얼어붙게 만듭니다.
어느 정도인지 예로 들자면, 우리 나라는 집을 살 때 정부가 발행하는 국민주택채권을 함께 매입하게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거의 모두)이 산 직후 바로 20% 전후의 손절매(손해를 보고 팜)를 합니다. 국민주택채권 매입금이 생각보다 큰데다가 그 많은 돈을 채권만기일까지 들고 있느니 그냥 손해보고 지금 팔아버리는게 났다.(일종의 세금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결과적으로는 은행 배만 불려주죠.)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일본은 이 국민주택채권을 꼭 쥐고 있는 형국입니다. 은행에 넣어두는 것보다 이 채권 수익률이 더 좋다는거죠.
10년간 돈을 못 쓰더라도 단 몇% 수익을 위해 장기투자한다.... 이 정도로 일본 내수 시장은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일본은 자급자족률이 생각보다 높은 편이라서 내수시장이 얼어붙게 되면 대부분의 산업에서 곡소리가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살인 물가라고 해도 되도록이면 자국제품이 최고라고 자국제품을 선호하던 일본인들도 보다 싼 수입품을 쓰는 수밖에 없게 되어 무역 적자폭은 더 커지게 됩니다. 하다못해 관광도 옆 도시가는 비용보다 외국으로 나가는게 더 싸니 한국이나 중국, 동남아로 저가 쇼핑 관광을 가는 경우가 늘어 이마저도 적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한 그릇에 한화로 5만원하는 밍숭맹숭한 일본 라면 먹자고 일본가는 관광객도 줄어서 적자폭은 더 커졌죠.(이 말은 식비나 교통비, 숙박비가 너무 비싼 일본에 갈 이유가 없다는 비유적 표현입니다.^^)
그래서 아베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무한 양적 완화를 들고 나온 겁니다.
돈이라는 건 물과 같아서 고여있으면 시장을 썩은 물로 만들어 버립니다.
아베는 일본 내수 시장에 엄청난 새 물을 쏟아부어 일부러 넘치게 만드는 방법으로 고여있는 물을 흐르게 만들려고 한겁니다.
물가가 오르면 가격이 오른다는 이야기니 해외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아베는 통화가치를 떨어트려 물가 오른거 몽땅 해소하고 되려 더욱 싸게 만들어 가격 경쟁력을 반대로 높이려고 합니다. 즉, 물가가 2% 올라가면 엔화 가치를 3% 떨어트려 결과적으로는 수출품의 가격이 1% 되려 하락하게 만들겠다는 겁니다. 책상머리에서 만든 계획치고는 그럴싸하게 보이긴 합니다. 일본은 자원과 식품을 제외하고는 해외 의존도가 낮고 일본 산업이 대부분 고부가가치 산업이니 말이죠. 그리고 기업에서 직원들에게 임금을 올려주면 소득이 늘어나게 된 일본인들이 내수 시장을 다시 활성화 시킬테고 내수 시장이 활성화되면 일본내 다른 사업들도 덩달아 좋아지고, 하다못해 촌동네에 식당을 차려도 돈 쓰러 오는 일본인들로 호황일테니 창업에도 도움이 될테고.... 온갖 장밋빛 청사진을 그렸겠지요.
물가 올라, 시장 활성화 돼, 수출 가격 낮아져, 수출 증대돼. 얼마나 좋은 계획이겠습니까.
단 전제 조건이 몇개 있는데,
1. 일본 국채의 금리가 인상되지 않을 것. 이것이 오르면 일본 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올라 서민들을 곡소리 나게 합니다. 오늘 일본 장기 채권 금리가 1% 찍었다고 놀라서 일본 중앙 은행이 서둘러 돈풀고 0.9%대로 낮춘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본 국채는 대부분 일본인들이 들고 있습니다. 여기서 추가 발행 국채를 일본 중앙은행이 무한 매입하면 실질 국채 금리는 오히려 낮아질 것이다... 라는 아베 정권의 예상이 무너진 결과인데.... 아베 총리 경제전문가가 누군지 모르지만, 이걸 생각한 너마는 경제지식이 0 에 수렴하는 넘입니다.
아무리 일본 채권을 맹신하는 일본인이라도 채권가치가 하락할게 뻔한 상황에서 일본채권을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가장 기본적인 자본주의 원칙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니 자본주의에 대해 무지하다는게 옳겠네요.
2. 몇번을 언급했지만 일본 기업이 직원의 임금을 올려줘야 내수가 활성화 될 건데, 일본 기업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보입니다. 아베노믹스가 꾸준히 지속된다면 임금을 올려줘도 상관없겠지만, 임금 올려주고 엔저가 멈추면 피보는 건 기업이니 아베노믹스의 열매만 먹고 씨는 뿌리지 않겠다는 계산이라고 판단됩니다. 일본은 g20, g7 회의에서 항상 엔저는 내수 경기 활성화용이라고 강변하며, 급여를 올려라, 물가를 올려라, 수출 가격 인상분은 국가에서 감당한다라고 주장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별로 호응하지 않고 있고, 되려 수출가격 하락을 기회로 기술의 우위가 아닌 가격 우위로 승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3. 가격경쟁력만 갖춰지면 당연히 수출이 늘것이다. 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이 또한 2013년 1분기 기업 실적을 보니 자동차 및 몇몇 업종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눈에 띄는 실적이 없었다는게 부담입니다. 즉, 한국이나 중국, 기타 국가들의 기술 경쟁력이 이미 일본을 추월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 겁니다. 쉽게 예를 들자면 일본 전자제품 기업이 삐삐는 기가 막히게 만드는데 세계는 스마트폰을 쓰고 있으니 삐삐 잘만들어봐야 별로 소득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거죠.(이건 좀 극단적인 예니 그냥 늬앙스만 갖고 넘어가주세요.)
이외에도 몇몇 자잘한 사유가 있지만 글이 길어진 관계로 생략합니다.
즉, 일본은 엔저로 물가 상승분이 수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도를 지나 물가가 상승하더라도 수출품 가격이 낮아질수 있도록 양적완화를 하겠다는 것이고, 일본 기업에는 이런 정부의 노력에 임금 인상으로 보답하라는 메시지를 보냈으나, 일본 기업은 아베노믹스가 영원히 계속될 것도 아니고 한시적인 거니, 괜히 부메랑 맞지 않게 임금은 동결하고 이틈에 수출이나 늘려서 기업 이익이나 확보하겠단 속셈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니 임금 올리고, 물가 올라도 엔저로 막아주겠다는 아베의 생각은 일본 경제인들에게는 그냥 호구로 보일 뿐인거죠. 나중에 정치 헌금이나 할지도.... 아니 기업의 정치 헌금이 아베의 참목적일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장문이네요... 제가 써놓고도 한숨부터 나오는...
너무 길게 써서 죄송스럽고, 장문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