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예전엔 드래곤 볼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전 세계가 드래곤 볼에 미쳤더라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유럽 끝 부분인 스페인에서도 아예 대놓고 방송에서 도배하다시피 드래곤 볼 애니를 내 보낼 정도였죠.
그렇게 한때는 만화와 애니와 게임등등이 전 세계가 너무 재미있어서 미칠 정도로 열광하던 시절이 일본에게는 있었습니다.
예. 분명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예. 망했습니다. 아직 망햇다고 보기엔 객관적인 통계상 아직도 애니와 만화와 게임의 수출로 막대한 돈을 벌긴 하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습니다. 심지어 일본 국내에서는 드래곤 볼에 열광하던 시절은 어디가고, 애니나 만화를 좋아하면 무슨 정신병자 보듯 한다더라고요.
이런 재패니메이션의 몰락은 이런 종류의 콘텐츠는 어린얘나 보는거라는 인식이 강한 우리 나라의 보수층 및 권력자들에게...
그럼 그렇지. 돈도 안되고, 앞으로 우리 나라를 짊어질 새싹들에게 너무 너무 해로운 거라는 확신을 더 강하게 다져주었습니다.
하지만...개인 적인 생각입니다만, 정말 그렇게 재패니매이션이 문화로써의 가치라든가 경쟁력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본은 리얼리티를 살리는걸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유럽이나 미국의 카튠과는 차별화됀, 세련되면서 아름다운 그림체로 그려진 만화와 애니로 전 세계를 사로 잡았으니까요.
심지어 일본 특유의 그림체의 영향은 우리 나라의 만화나 게임이나 일러스트 전반에 걸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런데 왜? 종주국인 일본의 그림은 몰락하고 후발 주자들인 한국이나 중국등의 만화가들이 그려내는 작품이 인기를 끄는가?
난 그 이유를 크게 2가지로 봅니다.
첫째는 그림은 너무 너무 예쁘고 세련된데, 그림이 표현하는 이야기가 재미 없기 때문이죠.
정확히 말하면 일본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스토리나 에피소드를 그 황홀한만큼 예쁘게 잘 그리는 그림 속에 녹여 내질 못한다는 겁니다.
미국의 예를 들까요? 미국 역사에서 유명한 인물로 조지 워싱턴이 있습니다.
만약 일본 만화가가 방대한 자료와 미국 현지 사전 조사. 그리고 미국인들 정서를 좀 더 고려한 그림 체등을 통해 조지 워싱턴의 생애와 유명한 에피소드를 리얼하면서 드라마틱하게 그려내는 망가를 미국에서 발표했다면 어땠을까요?
베트남의 예를 들까요? 베트남의 역사에서 중국의 침략을 막아낸 위인들 중 여자 자매도 있었습니다.
미국에서와 같이 자료와 사전 조사 그리고 현지인들의 정서를 고려한 그림체로 작품 하나 발표하면 정말 그 일본 만화가는 평생 먹고 살만한 돈을 베트남에서 벌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기본 컨셉만 따와 국내용으로 적당한 작품을 발표하면 그럭 저럭 평작은 될지도 모르죠.
물론 내용 여부에 따라 베트남과 외교 문제가 불거지지 않길 바랄뿐이지만...
즉 문화 컨텐츠란 한 마디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창작물이라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비싼 돈을 내는 대신 감동을 느끼는 겁니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엔 지나치게 일본 국내. 그것도 일부 계층이 감동을 받을만한 작품뿐입니다. 다른 나라. 그리고 다른 나라의 폭 넓은 계층이 감동을 느낄만한 작품은 전혀 눈에 보이지를 않습니다.
두 번째로 일본은 스토리를 전문으로 다루는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건 첫 번째와 상당히 비슷한데, 보통 만화가는 인생의 깊이가 느껴질만큼 많은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 아닙니다.
나이도 그렇고, 보통은 방 한 구석에서 팀원 몇명과 그림만 그리고 앉아있는데...
전쟁 물을 그린다는 사람이 정작 총 한 방 쏴본 적 없고, 리비아 내전이나 시리아 내전에서 정말 전쟁이 뭔지 뼈저리게 몸으로 경험해 본 적 없습니다.
여행물을 그린다는 사람이 정작 다른 나라에 가본 적도 없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만큼 주어진 스토리를 어떻게 리얼하면서 드라마틱하게 상상하는데 어려울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할리우드등에서는 좋은 스토리를 들고 오는 사람에게서 비싼 값에 사들이거나 아예 그 분야의 전문가라 불릴만한 소설가나 방송 작가 등등에게 스토리를 의뢰하죠.
전쟁물 스토리를 쓰는 작가는 실제로 베트남 전에서 영화에 나올 만한 활약을 펼친 사람일수도 있죠.
연애물 스토리를 쓰는 작가는 이름도 못 기억할 만큼 카사노바 뺨치는 젊은 시절을 보낸 사람일수도 있죠.
즉 영화를 찍는 감독이나 그림 속에 스토리를 녹여 내는 만화가는 무슨 공장 노동자 마냥 자기에게 툭 던져진 스토리를 읽어보고 그 스토리에 맞는 그림이나 장면을 상상해 내면 그만 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이렇게 만화와 스토리가 정말 분리돼 있는지 의심이 갈만큼 최근의 작품들은 재미가 없더라고요. 내용도 장르도 비슷비슷해지고요.
뭐. 지금 와서 일본 만화가 망해봤자 그건 일본인 만화가가 거의 보이지 않는 것 뿐일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나 중국이나 아시아 어디에서도 인기를 끄는 만화의 그림 체는 그 기원이 일본에서 시작된 거니까요.
단지 우리는 일본 과는 달리 우리 나라보다는 다른 나라의 정서를 고려하고, 작품을 구상하는 거죠.
K팝이 그 좋은 성공 예인데, 아예 우리나라 만의 만화를 전 세계에 수출하는걸 일본이 손 가락을 입에 물고 구경만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