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이 동유럽을 거쳐 서유럽을 향해 진군했다면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런 상상을 하는 사람들 중 서유럽은 몽골에게 그냥 초토화되어 오늘날 맥주나 와인대신 마유주나 홀짝이고 있을거란 의견이 많더군요.
그런데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바투원정군만으로 서유럽을 친다는 가정하에 작성합니다.
전쟁 초반에 몽골은 분명 서유럽을 깔아뭉게가며 승승장구할 겁니다. 세계최강이라 할 만한 몽골군이 기동성을 기반으로 한 고도로 전술로 유럽을 무너뜨리겠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좀 달라질겁니다.
우선 몽골은 본거지로부터 너무 멀리 왔습니다.
전쟁에서 보급은 중요합니다. 몽골군이 아무리 최강이라 해도 먹고 입고 장비를 관리해야 합니다. 궁기병이 날뛰는 몽골군의 특성상 화살충당도 만만치 않은 문제지요.
말까지 끌고왔으니 식량과 갑옷관리가 더 큰 문제가 되겠네요.
동유럽에 기지를 마련한다해도 수만의 몽골군을 다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기병 한 명당 말을 여러 마리 끌고 다니는게 몽골군입니다.
설사 중간거점을 세워 물자를 다 감당할 수 있다고 해도 정예병의 손실을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또한 전투를 반복할 수록 인명피해는 누적됩니다. 현지에서 몽골인병사만큼의 정예를 징발하기 어렵죠.
다음으로 스웜전술에 대해 고찰해봤습니다.
몽골이 유럽을 박살내려면 몽골이 가진 궁기병의 활용을 최대한 잘해야 합니다.
궁기병들이 잘 활약하려면 넓은 들판이 많을수록 좋겠죠.
그런데 서유럽은 동방만큼 드넓은 초원지대가 없다시피 합니다.
있어도 수가 적으며 다른 들판이나 초원들은 유목민족들이 활약하기에 상대적으로 비좁습니다.
그나마 쓸만한 들판들은 대부분 경작지라 고랑이나 울타리가 기병들을 방해합니다.
울창한 숲이 많은데다 인구밀집도나 요새밀집도가 높아 방어에 유리합니다. 성의 개수가 적고 목책성이 많은 동유럽과 비교됩니다. 그리고 서유럽의 요새들은 대부분 보급선이나 연락로를 차단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충분히 몽골군의 뒤통수를 치고도 남습니다
이런 지형에서 스웜전술을 펼치는건 어렵습니다.
괜히 유럽에서 궁기병대신 육중한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활약한게 아닙니다. 주어진 환경에 가장 잘 활약할 수 있는 병종을 선택한거지 궁기병이 안좋은 줄 몰라서 그냥 제쳐둔게 아니죠.
십자군 전투에서 그 흉악한 전투력을 입증한 기사들이니 몽골군과의 백병전에서 밀리지 않을 겁니다. 용병들의 활약또한 고려해야 합니다.
추가로 제노바 석궁수들의 전술은 몽골인들의 궁기병에게 대항이 가능합니다. 쇠뇌는 정확도가 높고 사거리가 깁니다. 하지만 장전시간에서 활이 우위를 점합니자. 제노바 석궁수들은 장전할 동안 파비스라는 대형방패에 몸을 숨기는 방식으로 쇠뇌의 단점을 보완했습니다.
15세기 중후반에 헝가리는 파비스를 이용해 기병이 강한 오스만에게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게다가 유럽인들은 스웜전술을 이미 겪었습니다. 오래전 마자르족을 격퇴했고 이후, 십자군 전쟁에서 스웜전술을 경험했습니다.
자기에게 유리한 홈그라운드에서 본인들이 알고 있는 전술을 구사하는 상대와 싸운다는 것은 커다란 이점입니다.
더욱이 서유럽의 전력은 동유럽보다 한 수 위입니다.
일단 몽골이 유럽에서 상대한 러시아의 소 공국들과 헝가리, 폴란드는 서부 유럽에 비해서 군사적인 측면이나, 인구에서 한참 떨어졌는데도 고전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모히전투에서 바투는 헝가리군을 박살냈지만 전투과정을 보면 궁기병의 기동성이 제약을 받아 백병전을 치뤘는데 밀렸습니다. 서유럽의 영향을 받은 헝가리군대의 전술에 고전을 한 것이죠. 바투의 부관과 수행원들이 죽어나가는 치열한 전투끝에 승리를 거머쥔게 모히전투입니다.
신성로마제국과 프랑스는 동유럽보다 군사력이 강하고 중앙집권화가 더 잘 되어있습니다. 프리드리히 2세는 대영주들의 도움 없이도 4만의 군대를 운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유럽은 이미 십자군전쟁에서 알 수 있듯이 넘쳐나는 힘을 외부로 투사할 정도의 수준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바투의 원정군에 한정해 단시간내에 서유럽을 박살내 위용을 떨치는건 가능하지만 정복,장기간의 전쟁을 목표로 할 경우, 서유럽이 이긴다고 봅니다. 한순간 정복에 성공했다 해도 곧 유럽전역에서 레콘키스타와 같은 현상이 일어날 겁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p.s)몽골이 서유럽에게 패배하자 눈이 뒤집혀서 서유럽에 모든 힘을 쏟아붓는다면 어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