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사상사적으로 소위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로 규정을 짓는 것으로 압니다.
물론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게 기존의 이데올로기 처럼 뚜렷한 목표나 비젼을 주는 사상은 아니라는게 문제지만요. 포스트모더니즘은 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反지성적인 측면이 있고, 또 시대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을 "포기"한다고 선언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아무튼 그렇다 보니, 소위 "네셔널리즘(민족주의)"를 쿨하지 못하고, 또 나치즘 처럼 위험천만한 것으로 인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요. 우리나라에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네셔널리즘을 배격하는 지식인들이나 청년층이 많아졌습니다.
사실 글로벌한 커뮤니케이션과 이동의 제한이 사실상 없으므로, 민족주의는 이런 세계화 흐름에 반대되는 것이 맞다고 보는 것이 대체로 옳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네셔널리즘이 유효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아울러, 네셔널리즘을 배격하는 사람이 소위 "주화입마"하는 사례도 많이 보입니다.
1. 네셔널리즘의 형성 과정우선, 유럽 강국들의 네셔널리즘 형성 과정을 간단히 돌아보았습니다.
대충 근세시대에 절대왕정이 진행되면서, "나와 남"을 구분하는 에스닉그룹이 뚜렷하게 구분되기 시작하고, 그 절대왕정국가들이 시민혁명을 지나면서 민족국가로 진화되어 나가죠. 이 와중에 유럽 강국들은 제국주의를 추구하고 있었으므로, 피식민지 민족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제국주의 네셔널리즘"이 됩니다.
이것이 극단적으로 진화하면서 파시즘, 나치즘이 되고 결국 유럽은 자멸하게 되었죠.
한편, 한국에서는... 에스닉그룹 형성이 유럽보다 아득하게 일찍 시작됩니다. 일반적으로 하대 신라(=통일신라)를 기점으로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것이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오랜 기간동안 완전히 고착되었습니다. 한국의 민족 형성 기간이 이렇게 뿌리깊기 때문에 유럽적인 개념의 네셔널리즘으로 넘어가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럽 강국들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죠.
유럽강국들은 제국주의 국가들이므로 '가해자' 입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피식민지화된 '피해자' 또는 '약자'였다는 것이죠.
피식민지화된 지역에서 발생하는 네셔널리즘은, 당연히 "저항적 네셔널리즘"이 됩니다. 다른 말로 민족자결주의죠. 따라서, 제국주의 네셔널리즘과, 저항적 네셔널리즘은 완벽하게 반대 개념이며, 서로 다투는 관계입니다.
(물론 저항적 네셔널리즘은 반제국주의의 전부는 아니고, 여러 사상들 중의 일부입니다. 공산주의/사회주의는 네셔널리즘과 또 다투는 관계이면서 동시에 반제국주의니까요.)
따라서 "네셔널리즘"은 2개의 종류로 완전히 구분하여 서로 다른 개념으로 취급하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2. 일본의 네셔널리즘일본은 가해자 입장이므로 당연히 "제국주의 네셔널리즘"이고, 현재까지도 여전히 그것을 추구하는 국가라는 것이 뚜렷하게 입증되고 있습니다.
3. 한국의 네셔널리즘한국은 피해자 입장이므로 당연히 "저항적 네셔널리즘"이고, 여러가지 형태로 변질되기도 해 왔지만(예:NL,환빠등) 주류는 여전히 반제국주의 및 민족자결주의 입니다.
4. 저항적 네셔널리즘의 순기능저항적 네셔널리즘의 주류는, 다른 민족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다만 서로 이웃으로서 나와 남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공존공영을 추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이러한 사상은 독립운동가들의 태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죠.
진화론적으로 봐도 이것은 인류에게 유리합니다.
다양한 외부 환경변화에 대해, 종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면 유전자풀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각 민족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공존공영하는 것이 바로 다양성을 유지하자는 이야기이므로, 인류의 다양성을 보존한다는 측면에 부합합니다.
5. 제국주의적 네셔널리즘의 오류제국주의적 네셔널리즘이 극단적으로 발현된 나치즘의 경우를 보면, 진화론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오류를 보여줍니다.
즉 종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월한 유전자"를 제외한 다른 열등한 유전자를 말살시켜 "순종"만 살아남도록 해야 한다는 오류죠.
사실은 이렇게 유전자 다양성이 사라진 종은 쉽게 멸종됩니다.
아울러, "열등한 민족"을 말살/지배해야 하기 때문에, 전쟁을 일으키고 대량학살이 자행됩니다. 인권이 사라지고 심지어 자신의 민족마저도 전체주의화되어 고통받게 됩니다.
6. 反네셔널리즘네셔널리즘을 이상 2가지로 구분하여 취급할 경우, 反네셔널리즘 역시 각각에 대응하여 2가지로 구분해야 합니다.
"反 제국주의적 네셔널리즘"은 간단히 줄여서 "反제국주의"로 말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습니다. 물론 현대의 강대국은 여전히 제국주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약소국들의 "저항적 네셔널리즘"과도 충돌합니다.
"反 저항적 네셔널리즘"은 요즘 한국 내에서 여러 형태로 보입니다.
제가 보기에 크게 다음과 같은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1) 제국주의 네셔널리즘과 저항적 네셔널리즘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
(2) 제국주의를 추종하기 위한 목적으로 反네셔널리즘을 속여서 내세우는 사람들(1)번에 속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고 쿨하고 시크하고 개인주의적이며 해외여행경험이 있는 청년층이나, 또는 어설픈 사회주의자들에게서 나타납니다. 간단히 말해 "네셔널리즘"을 세부적으로 구분하지 못하고 무조건 나쁘다라는 평면적인 인식을 가지는거죠.
(2)번에 속하는 사람들은, 대표적으로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영훈 같은 사람들입니다. 네셔널리즘을 배격하는 척 하면서 제국주의적 네셔널리스트들의 침략을 돕는 부류죠. 즉 네셔널리스트가 아니라고 하는데 사실은 침략자의 논리를 보강해주는, 일종의 밀정 같은 자들입니다. 대단히 위험한 부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1)번 부류가 (2)번 부류에 포섭되거나 속아서 경도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납니다. (2)번 부류가 사회에 일으키는 해악의 하나라고 볼 수 있죠.
7. 결론제국주의 네셔널리즘과, 저항적 네셔널리즘을 구분하자.
제국주의 네셔널리즘에 부역하는 자들이 反네셔널리스트들을 속여서 포섭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