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4 참여 임박했다...반도체 업계 긴장감 바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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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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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의, 다음 주 내 개최될 것으로
中, 노골적인 반대 의사 韓에 전달
대중(對中) 매출 높은 국내 기업 긴장
반도체 관련 이미지.ⓒ픽사베이
[데일리안 = 임채현 기자]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 '칩4(Chip4)' 첫 회의가 다음 주 내로 개최될 것이라는 업계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아무래도 반중 성격이 짙은 동맹이라는 분위기로 인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정부 입장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촉각을 바짝 세우고 있다.

23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칩4 예비회의는 9월 중, 이르면 다음 주 초에 열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칩4의 구체적인 개최 방식과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화상으로 개최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개 회원국인 미국, 일본, 대만, 한국이 모두 참석한다.

미국은 칩4를 통해 자체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입장이다. 반도체가 차세대 G1(세계 1위 강국)으로 등극할 수 있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일반 산업과 군사 장비에서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이 각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칩4에 참여할 미국, 일본, 대만, 한국은 글로벌 반도체 생산의 총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동맹을 통해 팹리스와 파운드리, 소재·장비 등 각각 특화된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이 칩4 내용의 주된 골자다.

문제는 '칩4 동맹'의 파장이 워낙 크고 이를 주도하려는 미국의 요구가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다.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대중 수출 비중이 절대적이고, 또 무역흑자의 대부분을 반도체에서 내고 있는 우리나라의 셈법이 유독 복잡한 이유다.

실제로 중국은 계속해서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망인 칩4에 부정적인 반응을 표하며 한국 참여를 만류하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는 앞서 20일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장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찾아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국 반도체 수출액 1280억 달러(약 180조2800억원) 가운데 중국으로의 수출이 차지하는 금액은 502억 달러(약 70조7000억원)로 약 40%를 차지했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2위를 나란히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에서 대(對)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0%를 넘는다.

수요 뿐만 아니라 생산에서도 중국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상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SK하이닉스는 우시, 충칭, 다롄에 각각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이다. 국내 기업들은 이처럼 중국에 대규모 메모리 생산 시설을 가동하고 있는 만큼 향후 칩4 방향과 첫 회의에 등장할 의제에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다행인 점은 중국에서 무조건적인 보복 조치를 취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업계 지배적인 관측이다. 국내 메모리 반도체의 지배적 위치와 기술력을 감안할 때 중국이 이전 사드 보복과 같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 입장과 목소리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기업들 역시 각기 '정부와 기업의 역할'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칩4를 두고 "주요 고객들이 많은 중국 시장을 놓치긴 어렵기 때문에 중국 이해를 구하는 것을 바탕으로 미국과 함께 하면 좋겠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칩4 동맹을 주도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삼성전자도 우리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고 서로 이익이 상충하는 경우도 있지만 잘 조율해 미국과 협조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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