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대 이집트인이 사후 세계를 어떻게 ‘상상’했나 알아보겠습니다.
고대 이집트인에 앞서, 먼저 이집트 북동부에 사는 아시아인들 생각부터 알아보죠.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아시아의 범주는 상당히 넓은데
실은 ‘아시아’라는 말은 고대 이집트인이 이집트 북동부에 사는 사람들 전체를
막연히 통틀어 칭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팔레스타인, 시리아, 이라크 등 전체를 뭉뚱그려 칭하던 지역이
바로 아시아입니다.
다시 말해, 아시아란 말을 처음 썼던 고대 이집트인은
우리 같은 극동아시아 사람은 아예 아시아란 개념 안에 없었던 존재죠.
고대 이집트인 기준으로, 이집트 북동부에 사는 아시아인들은
사람이 영혼과 육체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익숙하죠?
육체가 죽으면 영혼은 저승으로 가서 각자 저들이 믿는 신들의 심판을 받고
천국이나 지옥으로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집트 동부의 시나이 황야에 사는 유목민들은 이보다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사람은 흙에서 나고 흙으로 돌아가며, 죽으면 레바임이라 불리는 유령이,
레바임의 집결지인 스올에 갈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올은 천국이나 지옥이 아닌 그냥 저승입니다.
‘조상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간다’,
이게 유목민들이 생각하는 죽음의 전부였습니다.
심판이나 사후세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전무했습니다.
유목민들은 죽음 이후는 신에게 소속된 영역이고 거기에 대해 알 수도,
관심을 가져서도 안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히브리인이라 칭하던 민족이 생각하는 것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영혼, 천사, 악마, 심판, 사후세계는 히브리인들이 페르시아 문명의 영향을 받아
훨씬 후대 헬레니즘 시대에 생겨난 것들입니다.
히브리인들은 근본적으로 사후세계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아시아인들보다 문명과 문화가 더욱 발전한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람을 영혼과 육체로 이등분하는 아시아인의 생각을
사려 깊지 못하고 철학이 부족한 경박한 인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은 아시아인이 영혼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바’라고 불렀습니다.
사후에 뱃사공 아켄이 모는 배를 타고 저승의 강을 건너
오시리스의 판결을 받는 게 바로 ‘바’였습니다.
바의 상대적인 개념이 ‘카’입니다.
육신은 바로 ‘카’에서 자라나는 것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카에 붙어있는 육신은 썩어서 없어지지만
카는 이 세상에 남고 바만 저승으로 갑니다.
고대 이집트인이 무덤에 온갖 정성과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승에 남은 카를 위해서였습니다.
사람에게 육신은 부차적인 것이고,
카와 바가 인간의 근본이라고 이집트인은 그리 생각했습니다.
사람을 이승에 남는 ‘카’와 저승에 가는 ‘바’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두 존재로 설명한 것처럼,
장례 역시 두 부분으로 나누어 처리했습니다.
저승에 가는 바를 위한 모든 장례 절차는 맏아들을 비롯한 남자의 몫입니다.
여자들은 단지 애도하며 슬퍼할 뿐 장례 절차에 여자가 관여할 부분은 없습니다.
대신 망자가 남긴 유산과 권한은 여자의 몫이었습니다.
고대 이집트를 제외한 모든 국가는 맏이가 왕권을 계승하는 게 당연했지만
고대 이집트는 이런 사후세계의 관념 때문에
파라오의 지명권을 파라오의 맏딸인 제1왕녀가 행사합니다.
뭐, 그렇다고 제1왕녀가 자기 멋대로 차기 파라오를 지명하는 건 아니고
왕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맞춰 눈치껏 행사합니다.
결론은 결국은 맏아들, 뭐 이런 분위기지만
파라오 지명권을 여자가 갖는다는 형식만으로도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왜 고대 이집트인 같은 사후세계를 믿는 사람이 없는 걸까요?
왜 저마다 다른 사후세계관을 갖는 걸까요?
각자 저마다 다른 사후세계관을 갖는 게, 사후에 진짜로 각자에게 다른 영향을 끼칠까요?
윤회를 믿는 자에게 윤회를, 사후 심판을 믿는 자에게 심판을,
심판을 믿는 자들도 각자 믿음에 따라
오시리스나 염라대왕이나 아후라 마즈다 등
각각 다른 신적인 존재에게 심판을 받을까요?
우리가 아는 그 모든 사후세계관은 피타고라스의 정리만큼이나 명확할까요?
다만 이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우리가 믿는 사후세계관은 죽음 이후의 우리의 삶보다는
살아있을 적의 지금의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후세계관으로 인해 금적전인 이득을 얻는 단체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