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15장에는, 사막에서 간신히 발견한 물의 맛이 써서 먹을 수 없자
나뭇가지로 물맛을 정화해 마신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지점을 ‘마라’라 일컫는데, ‘마라’의 뜻은 맛이 쓰다는 의미입니다.
시나이 반도에는 마라와 발음이 흡사한 마가라 구리 광산이 존재합니다.
기원전 2600년 제3왕조 시대부터 이집트는 시나이 반도의 지하자원에 관심을 갖고
원정군을 보내면서까지 터키옥과 구리를 확보했습니다.
마가라 광산에서는 제3왕조부터 람세스 2세 시대까지
1200년이 넘는 고대 이집트의 흔적이 발견됩니다.
이전 얘기에서도 말했듯이, 아직 철기시대에 이르지 못한 고대 이집트에게는
구리로 만든 청동기가 무기와 고급 장식물을 겸했기에
구리 광산은 반드시 확보해야만 하는 보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가라 광산에서 20Km 떨어진 세라비트 엘카딤에는 하토르 신전이 있는데
12왕조 초기부터 람세스 6세까지 800년이 넘는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지배권이 미친 곳에 하토르 신전이 존재하는 건 당연하겠죠.
세라비트 엘카딤에서 10Km 떨어진 와디 카리트에는 터키옥 광산이 있는데
여기 역시 중왕국 시대와 람세스 왕조 시대의 비문들이 발견됐습니다.
엑소더스의 시기가 정확히 언제인지 학자들 간의 의견이 분분하다고 할지라도
그게 어느 시기가 됐든 모세5경에는
마가라 구리광산과 세라비트 엘카딤의 하토르 신전,
와디 카리트의 터키옥 광산이 언급되어야 합니다.
엑소더스의 이동경로에 이 세 지점이 있기 때문에!
하지만 출애굽기의 저자는 시나이의 지리에 절대적으로 무지합니다.
출애굽기의 저자는 시나이 반도에서 갈증과 배고픔으로 짜증내는
히브리인들의 일상 외에는 시나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모세는 시나이에서 40년 동안 유목민의 나라를 운영했지만
출애굽기의 저자는 모세의 이동경로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조차 전혀 모르거나,
혹은 모두 무시하고 삭제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의 학자들은 모세의 엑소더스 경로가
고대 이집트 광부들의 광산 개척로와 일치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고대의 지하자원은 현대의 현금과 똑같은 가치를 지녔기에,
국가를 운영하려 했던 모세가 시나이 반도의 광산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려 한 것은 당연합니다.
흔히들 모세5경의 저자가 모세라고 착각하지만,
진짜 모세가 작성했다면 시나이의 지리에 대해 무지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시나이의 지하자원 확보에 대해 일부러 외면하고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을 리도 없습니다.
만약 모세5경의 저자와 제가 동시대 인물이라면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네가 모세에 대해 아는 게 뭐냐? 혹은,
네가 모세에 대해 숨기려고 하는 건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