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으로 회사 설립·운영을 위임했다 보기 어려워… 실질주주 아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80)이 자신의 비자금으로 세운 냉동창고업체 오로라씨에스를 돌려달라며 대표인 조카 호준씨 등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노 전 대통령이 오로라씨에스 대표인 조카 호준씨 등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호준씨 등을 상대로 이사의 지위가 없다며 낸 소송에 대해서도 주주가 아니므로 소송을 낼 지위에 있지 않다며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120억원을 교부할 당시 원고와 동생 노재우의 의사는 노모와 자녀들의 장래를 위해 노재우가 이 사건 금원을 어떤 형태로든지 그 가치를 유지, 보전하고 있다가 원고의 요구가 있으면 이를 반환하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원고가 노재우에게 이 사건 금원으로 회사를 설립, 운영할 것을 위임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원고를 주식회사 오로라씨에스의 실질주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 소는 상법 제403조에서 정한 주주대표소송의 당사자적격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8년과 1991년 두차례에 걸쳐 모두 120억원을 동생 재우씨에게 맡겼고 재우씨는 이 돈으로 냉동창고업체인 오로라씨에스를 설립했다.
이후 증자 과정을 거치며 재우씨와 그의 아들 호준씨가 오로라씨에스 주주명부에 등재됐고, 2004년 4월 호준씨가 회사 소유의 110억원대 부동산을 자기 소유 유통회사에 헐값으로 매각하는 등 회사에 손해를 입히자 노 전 대통령은 소송을 냈다.
1심은 노 전 대통령은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 적격이 없다며 각하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은 회사 주식 50%의 실질 주주로 회사를 위해 소송을 낼 수 있는 지위에 있으므로 1심이 각하 판결한 것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고가 오로라씨에스의 주식 50%의 실질주주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서울고법은 원고패소 판결했고 노 전 대통령은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