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8.18 02:59
[출구 없는 한일 EEZ 협상]
독도 놓고 평행선… 16년간 11차례 회담 성과 없어
한국, 처음엔 울릉도 기점 삼았다 2006년 독도로
日, 제주 남쪽 '도리시마' 개발 나서며 한국에 맞불
한국 "사람 안 사는 도리시마, 독도와 비교 안돼"
한·일 정부는 1996년 1차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획정회담을 시작으로 2010년 11차 회담까지 한일 간 바다의 경계선을 정하기 위한 EEZ 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번번이 양국 간의 의견 차이만 확인했다는 게 외교부 측의 설명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일 EEZ 회담에서 독도 문제가 매번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고 했다.
◇"일본 독도 영유권 주장… 16년째 입장 확인만"
일본은 회담 초기부터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 아래 '울릉도와 독도 중간선'을 EEZ 경계로 하자고 주장해 왔다.
우리 측은 처음에는 '울릉도와 일본 오키섬의 중간선'을 제시했다. 유엔 해양법 협약에서 민간인의 거주 또는 독자적 경제활동을 지속할 수 없는 돌섬(rocks)은 EEZ나 대륙붕을 가질 수 없다는 규정을 염두에 둔 안(案)이었다. 울릉도와 오키섬 중간선으로 EEZ를 정한다고 해도 독도가 한국 쪽 EEZ에 속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래픽=양인성 기자 in77@chosun.com
하지만 독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면서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2006년 6월부터 한일 EEZ 경계의 기점(시작점)으로 울릉도 대신 독도를 내세웠다. "유엔 해양법 협약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독도 기점 EEZ 설정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정부는 ▲독도는 단순한 돌섬이 아닌 18만㎡의 큰 섬이고 ▲서도에서 식수로 사용 가능한 물이 나오며 ▲민간인인 김성도씨 부부가 서도에 거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이 독도 기점 삼자, 일본은 도리시마로 '맞불'
한국이 독도를 EEZ 경계 기점으로 삼자 일본은 동해의 경우 '울릉도와 독도 중간선' 입장을 반복하면서 남해의 경우 제주도 남부에 있는 도리시마(鳥島)를 일본 측 EEZ 기점으로 제시하며 맞대응하고 있다.
도리시마는 일본이 나가사키(長崎)현 고토(五島)시에 편입한 3개의 암석이다. 면적 50㎡로, 독도(18만㎡)의 3600분의 1에 불과하다.
일본의 해양문제연구가인 야마다 요시히코(山田吉彦) 도카이(東海)대학 교수는 최근 "다케시마(독도) 문제로 대립하는 한국에 대해 도리시마를 개발해 EEZ 거점으로 삼는 전략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부두를 만들고 물고기를 방류해 양식 어업을 하는 등 경제생활을 하고 가능하면 사람도 거주시켜야 한다"고 했다.
독도 기점으로 EEZ가 정해지면 우리 EEZ는 울릉도를 기점으로 했을 때보다 약 2만㎢가 늘어난다. 도리시마 기점으로 EEZ가 규정되면 우리 EEZ는 3만6000㎢를 잃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40여명이 상주하고 면적이 18만㎡인 독도와 사람이 살지 않는 암석에 불과한 도리시마를 지리적·환경적 측면에서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이 EEZ 문제와 관련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앞으로 회담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우리가 한일 EEZ 획정을 서두르기보다는 대륙붕 문제를 포함한 치밀한 전략을 만드는데 외교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하고 있다. 이화여대 최원목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EEZ 획정은 경제적 권리뿐만 아니라 주권적 권리를 선언하는 것이므로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