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기 전까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정게에서 눈팅만 하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얼마동안 침묵했으니까요.
실익없는 논쟁에 제 시간을 투자할만큼 할릴없는 사람도 아니고.
잡게와 정게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정게에 푸념덩어리를 풀어놓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주저없이 국회의원의 도덕성에 대해 회의를 가지고 있을껍니다.
당장 저부터 그런 욕지거리를 아무렇게나 싸질러 놓으니까요.
소위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서 하늘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기는 불가능에 가깝죠.
사가들이 떠드는 성군들의 이야기도 결국 김일성 일대기에서 오십보 백보라는 사실정도는 머리 희긋한 어르신들이라면 다들 깨닫고 있을만한 재미없는 이야기니까요.
만약 정말 세상을 위해 일한 자를 꼽으라면 정치가의 범주에서 벗어난 사람들 중에 찾는게 오히려 수월할 겁니다. 테레사 수녀라던가, 간디라던가.
물론 이런 식상한 상식론을 털어놓을 작정은 아닙니다.
우선 제 이야기를 좀 하자면 얼마전부터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아직 대학생이지만 나이도 좀 있고 슬슬 독립을 준비하기 위해 얼마간의 돈을 벌기 위해서 입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지방도시의 해안공원에 위치한 편의점으로 날이 더워져 밤손님이 많습니다.
각설하고 저는 객관적으로 잘난 사람은 아닙니다.
학벌이나 사람의 외견을 떠나서도 결코 도덕적인 사람은 아니죠.
되도록 가로수나 하수구를 향하지만 길 가다가 침도 뱉고 제 힘을 믿고 길거리 중앙을 떡하니 걸아다닙니다.
골목길에 숨어 담배피는 중고딩들이 보여도 제 가는 길이나 인생에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면 딱히 신경쓰지도 않습니다. - 괜히 시시비비 걸어봐야 저만 귀찮아질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거든요.
하지만 그런 저도 제가 발출한 쓰레기 정도는 쓰레기통에 버릴 줄 알고 횡단보도에서 빨간불에 신호를 기다릴 줄도 압니다.
버스에서 노약자석이 비어있어도 서있고 노인이나 임산부가 들어오면 힘들어도 자리를 양보할줄 압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은 저와 같지 않다는 것을.
편의점 앞에 10여개의 테이블이 있습니다.
편의점에서 먹을거리를 산 손님들이 술한잔 하기에 딱 좋은 편의죠.
아침에 나가면 정말 한숨이 턱하고 나옵니다.
테이블 위는 이미 쓰레기 더미고, 해안공원도 잡스러운 쓰레기로 넘쳐납니다.
차갑게 식어버린 컵라면과 먹다남은 맥주병, 나뒹구는 닭뼈, 지천으로 깔려있는 담배꽁초.
편의점 곳곳에 마련되어 있는 십여개의 주둥이 넓은 쓰레기통에 간단히 자신들이 먹은 쓰레기를 버리면 되는 일을 왜 하지 않는걸까요?
혼자 오는 것도 아니고 연인, 친구, 가족들과 오는 사람들입니다.
자신들의 지인에게 도덕적 하자가 있는 사람으로 비춰지는게 부끄럽지 않을까요?
누군가 저에게 '네가 귀찮아서 푸념하는거냐??'고 묻는다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니라고 답하겠습니다.
저는 상당히 게으른 녀석이라 그런 푸념따위를 이런 곳에 쏟아놓을만큼 부지런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디아블로3를 더블클릭하는게 제 스트레스를 종식시킬 수 있는 더 매력적인 방법이죠.
지금 이글을 읽고 계신분들은 그런 편의점 알바생의 푸념이 도대체 정치가들의 도덕성와 무슨 연관이냐 싶으실껍니다.
말하자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결국 국민의 대표입니다.
국민과 별개가 아니라 국민 중에 나오는 국민의 일부라는 말이죠.
결국 이런 기본적인 도덕성조차 결여되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 정치가들의 도덕성만 욕한다면 결국 자기 얼굴에 침뱉기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겁니다.
앞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아주 작은 도덕적인 가치의 결여에 대해서도 무관심한 국민입니다.
자신의 아주 조그만한 편의를 위해 자신의 도덕성을 훼손하고 아침에 산책을 나온 또다른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공원을 청소하는 노인근로자들의 허리를 한번이라도 더 휘게 합니다.
과연 그런 국민과 그 국민을 대표하는 천인공노할 정치인들의 도덕성 사이에 얼마나 갭이 있을까요?
열도 원숭이가 말하는 '민도'따위는 필요없습니다.
우리는 '시민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이런 간단한 도덕성조차 부끄러워하지 않는 우리가 과연 대륙바퀴들과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단순히 경제적으로 부유하다가 해서 선진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영국이나 프랑스도 쓰레기 더미라는 변명을 한다해도 올바른 문화의 절대적 가치를 훼손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뭇 언론이나 국민은 정당이나 정치인들에게 도덕성을 요구합니다만. (저도 그러했고/)
최근엔 그러한 요구들이 우리의 부끄러운 도덕성 결여를 외면하고 정치인들에게 책임전가 하는게 아닌가하는 회의감이 듭니다.
최소한 편의점 알바생이 새벽에 청소하러 문을 열었을때 치울 쓰레기가 없을 때 정도나 되어서야 우리나라 국민이 우리나라 정치인들에 대해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만 해봅니다.
글솜씨가 별로 없다보니 생각은 많은데 정리가 너무 힘드네요.
아마 디아블로 양반이 너무 보고 싶어서 조급한 마음도 조금은 있겠죠.
물론, 모든 국민이 쓰레기를 버리진 않습니다.
분명 쓰레기통엔 제가 버리는 쓰레기 말고도 다른 쓰레기가 버려져 있으니 저 말고도 버리는 사람이 있겠죠.
멀리 떠나 저희 부모님도 어디 놀러가면 항상 쓰레기봉지를 챙겨가시니까.
다만 모든 국민이 그런 최소한의 부끄러움을 아는 한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이렇게 주절거려봅니다.
더불어 이런 제 고충을 말미삼아 시청 홈페이지에 항의하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섯불리 이러한 난제를 투고한다면 우리나라의 유능한 공무원은 쓰레기를 함부러 버리는 시민이 아닌 편의점, 정확히 저에게/ 시정대책을 마련하리라는 정도는 이미 군대에서부터 깨달아 왔기 때문입니다.
생각있고 개념있는 후임병이 소원수리에 선임병의 갈굼을 적지 않는 이유는 그 결과가 선임병의 영창행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쯤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