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읽어볼만한 글인거 같아서 퍼왔습니다
비극이 반복되어버린 역사
한국 현대사가 비극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물론 우리는 그 비극 속에서도 기적을 일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극이 우리에게 남긴 상처가 너무 큰 나머지.. 상처가 아무는데 걸리는 시간과 과정이 적잖게 피곤하고 힘들다.
대략 그 비극은 세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는데.. 첫째는 당연히 일제 강점기, 둘째는 6.25 전쟁... 그리고 셋째는 그 이후 일어난 현대사에서의 혼란이다. 특히 세번째 혼란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는데, 우리는 그 중에서도 이념적 갈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두번째, 세번째 역사적 비극이 알고보면 일제강점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 역사는 비극이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된 역사라고 볼 수 있다. 우리 민족을 억압했던 일본제국주의에서, 지금은 북한 주민을 학살하는 김씨 왕조로 무언가 연속성이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우리의 아픔을 더욱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외부요인보다는 내부적 혼란과 갈등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일제강점기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혹독한 역사적 경험인데, 게다가 우리 민족 내부에서의 변절과 반역이 있었고, 또 그것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다는 뭔가 "찝찝한" 느낌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6.25 역시 어떤 일정한 他國과의 전쟁이 아니라, 바로 우리 민족끼리 벌인 전쟁이었다는 점... 그리고 그 이후 우리 현대사에서 온 국민이 이념적으로 분열되어 갈등했다는 점이 슬픔을 배가시킨다. 원래 가족 전체가 힘든 것보다, 가족 내부의 불화가 더 슬픈 법일게다.
진보진영은 친일을 저주한다. 그러나 그들의 행동은?
그런 점에서 우리는 친일에 대한 적개심을 아직도 가슴 속에 품고 있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니고,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역사를 공유했던 우리 민족의 구성원이 배신을 했다는 점 만큼이나 괘씸한 것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적개심이 일종의 정치적 자원으로 활용되어, 진보정치의 정치적 스탠스를 구축하고 지지층을 확보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러한 주장을 하는 진보진영이 어쩌면 친일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되기 쉽다는 점이다. 굳이 진보진영을 종북과 비종북으로 나누고, 비종북을 또 다시 북한과의 협상파와 강경파로 나눈다면, 솔직히 진보진영에서 북한에 대한 강경파는 거의 극소수에 가깝다고 가정했을 때.. 어쨋든 진보진영은 김씨왕조와의 협력과 타협을 주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세상에서 가장 극악한 권력집단인 김씨왕조와 손을 잡고 대화를 해야 한다... 그들의 체제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어쩌면 친일과 비슷한 것은 아닐까?
종북과 친일은 '민족주의'라는 종이 한장 차이? 그것마저도 허구...
물론 친일과 종북은 한 가지 중요한 기준에서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인다. 바로 '민족주의'라는 차이점이다. 친일은 한민족과 일제라는 대립구도에서 한민족을 등지고 일제에 부역한 명백한 '반민족행위'라고 볼 수 있다면, 종북은 적어도 같은 민족안에서 특정 정치집단(혹은 권력집단)에 부역하는 행위다. 따라서 종북이 곧 반민족행위다...라고 규정하기엔 다소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민족이라는 개념이 전혀 객관적인 범주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적어도 김정은이라는 인간이 다른 중국이나 일본보다는 우리 국민과 민족적 특성상 더 가깝다는 점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족주의로 종북과 친일의 특성을 구분하고, 그 선에서 둘의 비교를 마치는 것은 다소 허무하다. 누구나 다 인정하겠지만, 민족주의는 점차 그 설득력을 상당히 잃어가고 있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낡은 이념일 뿐더러, 오히려 악용될 소지가 많아 점차 폐기되어 가는 사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민족이라는 개념을 인정한다쳐도 과연 2300만 북한 주민을 최악의 삶의 환경에 몰아넣고 그들만의 정치적 잔치에 함몰되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희대의 독재정권인 김씨왕조가 과연 반민족세력이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지... 아니, 적어도 반민족이 아니기 때문에 용인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지극히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민족적 특징상 우리와 유사하다쳐도, 절대다수의 동일 민족을 절망에 빠트리는 집단과 개인은 명백하게 반민족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친일보다도 더 나쁜게 종북?
다소 위험한 주장이긴 하지만, 민족주의라는 프레임을 일단 던져놓고 봤을 때 과연 종북과 친일 중 무엇이 더 악한 행위인지 비교해본다면 솔직히 확답을 내릴 자신이 없다. 우리가 은연중에 친일을 매우 부적절한 행위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친일과 종북의 비교에 대해서는 서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종북과 친일 중 무엇을 더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적어도 현재 2012년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친일이 심정적으로 이해가 간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종북과 친일 중 어느쪽 환경이 더 절망적인가?
일단 친일을 했던 당시의 환경과, 종북을 하고 있는 현재의 환경을 단순히 비교해보자면, 한 개인이나 집단으로 하여금 반민족 행위를 저지르게끔 하는 유인은 일제강점기가 훨씬 더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일제 강점기 당시, 우리 민족이 자발적인 힘에 의해서 독립을 쟁취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까웠고, 실제로도 광복과 독립의 과정을 보면 우리 민족의 역량의 역할은 거의 없었다. 즉 일제는 우리 민족이 극복할 수 없는 절대적힌 힘을 보유하고 있었고,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순응이냐 혹은 항거냐' 밖에 없었는데.. 개인의 생존 욕구를 버려가면서 정의를 택할 용기가 없던 자들에게는 일제 부역은 어쩔 수 없는 현실과의 타협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종북은 어떠한가? 일단 우리는 전혀 종북을 강제당할만큼의 불우한 환경 속에 놓여있지도 않고, 그 누구도 종북을 하지 않고서는 생존하거나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환경에 놓여있지도 않다. 또한 객관적으로 북한의 체제와 남한의 체제를 단순비교했을 때, 우리가 오히려 북한에 비해서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우수하다. (물론 이것을 제국주의 논리에 갇혀 보는 경우에는 할말이 없지만...) 따라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에서 종북은 친일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다.
첫째: 일제와 조선의 물리적 힘의 우위관계를 북한과 남한의 것과 비교했을 때, 전자가 훨씬 더 그 격차가 크고, 따라서 친일을 해야 할 이유보다 종북을 해야 할 이유가 현저히 적다.
둘째: 일제 강점기 당시 우리 민족은 실질적으로 일제의 지배에 놓여 있었으므로, 그것에 순응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었다. 반면, 남한에서 그 누구도 종북을 강요하지 않는다. 전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쳐도, 후자는 순전히 자발적인 선택이다.
김씨왕조와 협력하자는 이들 역시 친일과 비슷한 논리...
직접적으로 북한에 부역하는 종북이 아니고, 단지 김씨왕조와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구조 역시 사실상 이광수 같은 부류의 친일과 다를바 없다. 본인이 종북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김씨왕조랑은 손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내거는 논리가 바로 '현실'이다.
"현실적으로" 북한주민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는 수단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현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나쁜거 알면서도 김씨왕조와 대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레토릭이다. 실제 친일을 했던 이들의 논리구조와 흡사하다. "현실적으로"와 "어쩔 수 없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가 일본을 이길 가능성 자체가 거의 0에 가깝고, 어떻게든 우리 민족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단 일제에 순응하고, 최대한 자율권을 확보해서 점진적으로 독립을 쟁취해나가자는 주장이 있었는데, 지금 현재 김씨왕조와 손잡고 가야한다는 이들의 주장과 전혀 다를바가 없다.
독립은 도둑처럼 찾아왔다. 통일 역시 그러할 것이다...
과연 몇명이나 조선의 독립을 예상했을까? 과연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 민족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일제의 패망과 조선의 독립을 예측했을까... 그런데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시점에, 그것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광복이 찾아왔다. 당시 친일파들이 겪었을 멘붕을 생각해보면 정말... 아마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맞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통일이 도둑처럼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정답이다. 그 누구도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소련의 해체를, 그리고 중국의 개혁개방을 예측하지 못했다. 전부 다 '뒷통수 맞듯이' 맞았던 역사적 변화들이다. 특히 북한은 더욱 심할 것이다. 그 누구도 북한의 내부사정을 잘 알지 못하고 있고, 전혀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권력이 취약하다. 북한은 순식간에 망할 수도 있고, 어쩌면 쉽게 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북한이 어쨋든 멸망하거나 혹은 변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 자체는 팩트라고 본다. 그것이 우리 지난 인류의 역사가 알려준 지혜다.
그렇다면 우리는 종북주의자, 혹은 김씨왕조와 손잡고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의 역사적 멘붕을 조만간 보게될지도 모른다. 북한이랑 협력하자고 줄기차게 주장하다가, 갑자기 김씨왕조가 붕괴된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북한주민들은 오늘날의 진보진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혹시 우리가 현재 친일파를 바라보는 눈으로, 북한 주민들이 오늘날의 진보진영을 바라보지는 않을까?"
원본:http://blog.naver.com/jujinyoon/20158794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