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사찰 문건의 80%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사찰 문건’이라는 청와대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엊그제 경찰청은 2619건의 문건을 USB에 보관해 오던 김기현 경정을 조사한 뒤 “2005년 2월부터 2008년 3월까지 작성된 문건 2200여건은 경찰관 비위에 대한 감찰보고서 등 경찰 내부문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같은 편’이 물타기 시도를 정면으로 부정한 격이니, 청와대로서는 얼굴을 들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은 KBS 새노조가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을 폭로한 지 이틀 뒤 “사찰 사례의 80% 이상이 노무현 정부 시절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선거를 앞두고 있더라도 사실관계를 왜곡해 정치공세를 하는 행위는 즉각 중단하라”며 야당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최 수석의 브리핑은 이례적으로 토요일에 열렸다. 민간인 사찰 문제가 총선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여권이 수세에 몰리자 부랴부랴 주말에 기자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경찰에 확인해보면 어떤 자료인지 금세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도, 물귀신 작전을 펴는 게 더 급했던 모양이다.
청와대가 적반하장식 궤변을 늘어놓자 새누리당과 친여 보수언론은 이를 받아 양비론으로 사태를 호도하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닷새 만에 진실이 드러났다. 청와대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허위사실로 고인이 된 전임 대통령을 모독하고 시민들을 우롱한 것이다. 총선이라는 중요한 정치적 선택을 앞두고 유권자들을 기만한 최금락 수석은 마땅히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새누리당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일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스캔들에 휘말린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건 스캔들 자체가 아니라 거짓말인 경우가 많다. 리처드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것도, 빌 클린턴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으로 탄핵 직전까지 몰린 것도 모두 거짓말 때문 아니었던가. 이명박 정권은 이들을 반면교사로 삼기보다 전철을 밟아가는 것 같다.
고백·해명·사과 대신 외면·은폐·거짓말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엔 물증과 증언이 넘쳐난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입막음 대가로 받았다는 5000만원어치 돈뭉치 사진을 보며 모골이 송연한 이들이 적지 않을 터이다. 물타기 같은 꼼수가 먹히는 건 닷새뿐이지만, 증거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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