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1인 시위 100일 맞아 여럿이 도시락 식사했다가 기소돼
경찰 : “삼겹살 파티를 열었습니까?”
박고형준 : “주물럭 파티를 열었습니다”
경찰 : “왜 집회 신고를 안했어요?”
박고형준 : “밥 먹는 걸 가지고 집회라고 할 수 있나요?”
경찰 : “주도자가 누구예요?”
박고형준 : “주도자요? 그냥 다같이 밥 먹은 건데요.”
지난해 7월7일 이런 대화가 광주동부경찰서에서 오고갔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 광주시민모임 활동가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이다. 그가 연 집회는 지난해 6월14일 광주광역시 금남로 삼성생명 건물 앞에서 대학생·시민활동가 등이 모여 ‘주물럭 도시락’을 먹은 것을 말한다.
‘삼성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회원들은 지난해 1월부터 광주광역시 삼성생명 건물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시민모임에 참여했던 박고형준 활동가는 “청년들이 삼성에 대해 제대로 비판하기보다, 취업 등과 관련해 삼성에 대한 환상만을 갖고 있는 점을 짚고 싶었다”며 “1인시위를 통해 대기업 삼성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는 취지로 릴레이 1인시위를 하게됐다”고 말했다. 6월은 1인시위가 100일을 맞는 날이었고 이들은 ‘100일’을 축하하는 의미로 앞에서 도시락을 나눠먹기로 했다.
박고형준 활동가는 “길가다가 10명이 똑같이 쭈쭈바 먹는다고 그게 집회는 아니잖아요. 도시락 파티도 같은 거라고 생각했죠. 우리가 어디서 밥을 먹든 그게 집회는 아니니까요. 그런데 경찰이 오고 사진을 찍어가고 채증을 하더니 입건되고 기소됐어요”라고 말했다.
경찰·검찰이 이것을 집회로 본 기준은 ‘피켓’이다. 박고형준 활동가는 “이날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님 등이 피켓을 들고 있는 사진 등을 채증 자료로 제시했다”며 “그러나 그 부분은 계획된 집회가 아니라, 우발적으로 들고오신 것이었는데 그런 채증 자료로 저를 처벌한 점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초 검찰은 집시법 위반으로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월급 90만원에도 못 미치는 시민단체 활동가에게 너무 가혹한 금액이었고, ‘집시법 위반’이라는 점도 인정할 수 없어 박고형준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4일 박고형준 활동가는 벌금 50만원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방법원 형사9단독 신현범 판사는 “집회및 시위에 대한 법률 위반이지만, 참작할 만한 정상이 있어 감형한다”며 2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벌금을 깎아줬다.
박고형준 활동가는 “삼성 건물 앞에서 밥 먹었다고, 경찰이 오고 결국 이렇게 기소까지 돼서 벌금형을 받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검찰이 수사할 정권 비리나 권력비리가 얼마나 많은데 이런 일로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는지, 한심하고 유치하다”고 말했다. 박고형준 활동가를 비롯한 시민모임은 지금도 여전히 삼성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니 빌미를 주지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