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문요원 200명 국내 파트로…‘화이트’ 50명도 소환
원 원장 “우린 기술적 정보 분석” 인적정보망 실종 인정
야당 “MB, 북한보단 국내정치에 관심 쏠린탓” 지적도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2009년 2월 취임 직후 3차장 산하의 ‘대북전략국’을 없애는 등 대북 교류 및 정보 기능을 크게 줄인 사실이 확인됐다. 북한 정보 수집에 핵심적인 구실을 했던 인적정보 수집망(휴민트·Human Intelligence)이 무력해진 주요 원인 중의 하나로 꼽힌다.
국정원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21일 “원세훈 원장이 취임 직후에 3차장 산하의 대북전략파트를 해체했다”며 “남북회담, 남북 비공개접촉, 교류협력 하던 파트였는데 이를 없앤 것”이라고 전했다. “대북전략파트에는 오랜 시간 북한 문제를 다뤄온 요원 200여명이 근무중이었는데, 실무자들은 대부분 국내 파트로 전출됐고 고위급들은 대부분 옷을 벗었다”고 전했다. 원 원장은 대신 감청을 중심으로 하는 과학 정보와 대북 공작·심리전 분야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17대 국회에서 정보위를 맡았던 한 야당 인사는 “엠비(MB) 정부 출범 직후 국정원에서는 해외에 근무중이던 ‘화이트’(상대국에 등록한 국정원 소속 외교관) 50여명을 일괄적으로 소환해 국내 근무로 돌린 바 있다”며 “이들이 현지에서 대북 업무에 종사하던 이들인데, 이런 과정을 거쳐 대북 정보가 크게 약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국회에서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모든 정보기관의 정보는 90%가 수요자의 의사에 따르는 법’ 이라고 말한 바 있다”며 “당시 김만복 원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사에 따른 정보를 생산했다면, 지금의 정보체계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에 맞춰 재편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관심이 북한보다는 국내 정치에 쏠리다 보니, 국정원은 대북 정보 수집보다 국내 정보 수집에 무게를 더 두게 됐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2008년부터 국정원과 기무사부터 검찰과 경찰까지 ‘과학정보 시대를 열겠다’며 엄청난 예산을 들여 인터넷 패킷 감청, 이메일 감청 등 감청장비를 대거 구매했다”며 “결국 이런 투자에도 불구하고 대북정보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은 이런 감청장비들이 국내 일에 쓰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글은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11222.html
원세훈 국정원장에 대한 참고글:
"10년간의 비정상적인 일 바로잡겠다"
국가정보원장으로 내정된 원세훈(元世勳·58) 행정안전부 장관은 18일 "오늘 오후 2시30분쯤 (국정원장 내정) 통보를 받았다"며 "대통령께서는 '국정원장으로 가게 됐다. 가서 잘해 달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당부한 것은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특별한 당부는 없었다. 마음으로 아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정원장으로 가면 어떤 일을 중점적으로 할 것이냐고 묻자 "업무 보고를 받아봐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겠지만, 정보기관으로서 국가에 도움되는 일만 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지난 15일엔 기자에게 "(좌파 정권이 권력을 잡았던)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난 여러 비정상적 일들이 지난 1년 동안 바로잡히지 않고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며 "올 한 해는 이런 부분을 바로잡는 중요한 시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었다.
원 장관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취임 후 발탁, 지금까지 6년 이상 곁에 두고 있는 최측근 인사 중 한 사람이다. 33년9개월의 공직생활 대부분을 서울시에서 보낸 지방행정 전문가다.
원 장관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취임한 2002년 7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장에서 요직인 기획예산실장에 발탁돼 서울시 인사·예산 등을 다뤘다. 1년3개월 후인 2003년 11월에는 서울시 행정1부시장으로 임명돼 이 시장 퇴임 때까지 2년7개월간 이 대통령을 보좌했다. 당시 이 시장이 청계천 복원과 버스체계 개편 등에 전념하는 동안 1만 명이 넘는 서울시 공무원들의 인사와 시 재정을 총괄하며 '안살림'을 책임졌다.
이 대통령의 대통령 후보 경선과 대선 과정에선 특보로 활동하며 이 대통령의 시장 재임 시와 관련 있는 각종 의혹 제기에 대한 대응 논리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다. 이 대통령 당선 후에는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임명돼 기존 관행을 바꾸는 인사와 정부 구조조정 및 공무원 정원 감축 등에 주력해 왔다.
과장급 이하는 장관에게 보고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엄격한 위계질서 의식, 술자리도 거의 갖지 않는 등의 철저한 자기관리를 부하 직원들에게도 요구하는 경직성 등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도 있다. 경북 영주 출신으로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1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박중현 조선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