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게에 올라온 게시글 중 어떤 댓글을 보니 비효율적인 면모가 강해서 지자체는 없애야 한다는 댓글이 눈에 띄더군요.
지자체는 과연 없어져야 할 제도가 맞을까요?
91년에 노태우가 지방자치를 하겠다고 말하고 나서 의회에서 통과되었지만 상당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92년에는 일방적으로 지방자치를 연기하였습니다. 그리고 YS시절, 공약에따라 95년부터 지방자치가 실시되었죠.
법안에 관해서는 91년도에 처음 만들어졌지만 실제로 시작된 연수를 따져보면 YS때로 95년에 첫 선거가 실시되었고, 그리 따져보면 지방자치의 역사는 15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노태우는 왜 지방자치제도를 무기한 연기시켰을까요?
바로 권력의 독점을 견제할 수단으로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지방자치제도도 일종의 선거입니다. 지방선거를 할 때는 임시공휴일인것을 모두 알고 계실겁니다. 그 지역의 수장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에 나라에서도 그만큼 신경을 쓰게 됩니다.
우리나라 정치제도는 제왕적 대통령제도입니다. 대통령의 전책신념에 따라서 모든게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강합니다. 더군다나 현재처럼 여대야소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심해집니다. 대통령의 정책신념이 옳다 그르다는 사람마다 판단 기준이 다릅니다. 예컨대 지금 4대강 사업의 경우에도 대토영의 정책신념에 따라, 여대야소가 받쳐주니 그냥 밀어붙이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자치는 제동의 역할을 감당하게 됩니다. 선거라는 것은 국민들의 의중을 알아보는 자리입니다. 정치인들은 정기적으로 있는 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게 되는 겁니다. 지방자치제도 역시, 현재 정권에 대한 중간자적 성격이 짙습니다. 앞으로는 조금 옅어지면서 지방 행정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는 하지만, 정권에 대한 견제자 역할을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만일 지자체가 폐지된다면 현재 제왕적 대통령제는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의 경우에도 경남과 전라도, 충청도 지역에서 민주당 인사가 당선되었기에 특위도 구성되고 이것저것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만 만약 지자체를 뽑지 않았더라면 이런 절차없이 지금쯤 더 속도를 내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지자체가 비효율적이 것은, 지자체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들의 문제입니다. 지자체장이 예산을 낭비하면 의회차원에서 제동을 걸어야 마땅하죠. 의회에서 잘못한 일이 있다면 지자체장이 나서서 제동을 거는 것이 마땅합니다. 둘 모두 국민들의 손에 의해 선출된 사람들이니까요. 마찬가지로 정권에 잘못이 있다면 지자체에서 제동을 걸어줘야 함이 마땅합니다.
지자체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입니다. 예산이 부족하다? 비효율적이다? 비능률적이다? 그건 국민들이 감시하고 챙겨야 할 몫입니다. 그래서 주민참여예산제도 등을 도입하려고 하는 것이고,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론은? 참여율이 저조하죠.
지자체를 없애자는 말은 관리하기 귀찮으니 걍 너네 마음대로 해,라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주인 의식이 살아 있다면 이런 말을 할 수가 없죠.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지자체마저 없다면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독재정권으로 돌아갈지도 모릅니다.
민주세력이 지자체를 반드시 이룩하려고 했고, 그를 위해서 흘린 피와 땀을 흘려 보아서는 안될 것입니다.
한가지 더,
지자체를 폐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고 나서 장면내각이 가장 먼저 추진했던 일 중 하나가 바로 지방자치의회 구성입니다. 당시에는 데모를 하지 말자는 데모가 나올 정도로 사회가 혼란했다고 하나, 그것도 주민 의식의 발현이라면 정부가 나서서 컨트롤할 필요가 없습니다.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치안만 살펴보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보지 못해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지자체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제도를 없애버렸습니다. (이승만 정권때 지자체가 잠깐 언급되긴 하지만 중앙에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감당하는 수준에서 지자체 논의가 있었을 뿐입니다. 직선제 지자체선거는 없었죠)
그렇다면 박정희 정부의 행동은 옳다고 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