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조차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에 혹독한 쓴소리를 했다.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3일 대정부질문에서 남북 비밀접촉 목적이 남북정상회담이 아니라 천안함 등 사태에 대한 사과 요구였다고 정부가 밝힌데 대해 "북한에 사과를 요구하기 위해 비밀접촉을 했다는 것은 또다시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조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청와대·정부 입장을 불신한다는 의미다.
구 의원은 이어 "북한의 발표를 보며 정부에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상회담을 구걸했고 한술 더 떠 돈봉투까지 건넸다 망신 당했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과 등 진정성 없이 남북간 정상회담은 않겠다고 누누히 말씀해왔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거냐"며 "성황리에 G20 국회의장 회의를 마치고 대한민국 변화된 위상을 자랑한 게 지난주다.
그런데 이틀 전에 정상회담 구걸하고 돈봉투를 꺼냈다는 북한의 주장으로 세계적인 망신을 당했다"고 말했다.
구 의원은 "천안함 폭침 때 북한의 도발 저지와 철저 응징을 다짐해 놓고 연평도는 또다시 포탄을 맞고 말았다.
작금의 국방 개혁은 전투력 강화 합리적 논의보다 군기득권충의 싸움으로 비친다.
외교 안보 정책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 고 비판했다.
구 의원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내년 서울에서 열릴 핵안보 정상회의에 김정일 위원장을 초청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과 관련해 "청와대가 베를린 제안을 했고, 이후 북한과 접촉한 사실을 언론에 흘렸다.
북한이 조선중앙통신 통해 비공개 접촉 사실을 샅샅이 공개한 것도 상식 밖이지만 정부가 북경 비밀 접촉을 언급한 행동도 정상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구 의원은 "북쪽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지만 남쪽에서 볼 때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을 내자고 했는데, 이것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코미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황식 총리는 "구 의원이 애써 강조한 돈봉투, 구걸 등의 말은 그건 정말 북한에서 밝힌 그 내용이 100% 사실인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그러나 분명히 상당히 왜곡돼 있다"고 반박했다.
부인은 하지 않고 "왜곡돼 있다"고 완곡하게 표현한 것.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이것(북한의 폭로)은 그야말로 저잣거리에나 있을 법한 얘기다.
천안함 연평도 문제와 관련해 일관된 주장을 해왔던 정부가 아무리 비공개 접촉에서라도 어떻게 그런 주장을 했겠느냐"고 반박했다.
현 장관은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받기 위한 접촉"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우리가 애걸복걸 했다면 과연 북한이 이런 식으로 폭로를 했겠나. (우리가) 당당했다.
그랬기 때문에 북한 내부의 사정을 잘 모르겠지만 이런 (폭로) 행태로 나왔다.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
북한은 이날 우리 정부가 부인하고 있는 부분을 반박하는 식으로 구체적 협의 내용을 공개했다.
새로운 대목은 먼저 비밀접촉이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중앙통신은 “그(김천식 통일부 정책실장)는 우리와 만나자마자 이번 비밀접촉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와 인준에 의해 마련됐다고 하면서 그 의미를 부각시켰다”고 밝혔다.
또 정상회담 제의를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이 “시간이 매우 급하다고 하면서 대통령의 ‘의견’을 반영하여 작성했다는 일정계획이라는 것을 내놓았다”는 주장도 지난번 폭로 때는 없었던 대목이다.
가장 민감한 대목인 돈봉투에 대해서는 더 자세하게 정황을 묘사했다.
“접촉이 결렬상태에 이르자 김태효의 지시에 따라 홍창화가 트렁크에서 돈봉투를 꺼내들자 김태효는 그것을 받아 우리 손에 쥐여주려고 하였다. 우리가 즉시 쳐던지자 김태효는 얼굴이 벌게져 안절부절못하였으며, 홍창화는 어색한 동작으로 트렁크에 황급히 돈봉투를 걷어넣고 우리 대표들에게 작별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쪽에서 나왔던 이른바 ‘접촉비용 지불성 봉투’라는 데 대해 “회담을 주최한 측이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관례라면 왜 앞서 진행된 두 차례의 비밀접촉 때에는 내놓지 않던 돈봉투를 결렬이 확실해진 마지막 비밀접촉에서 꺼내들었냐”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