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oid=023&aid=0003536633&sid1=110&opinionType=todayEditorial
대한민국과 국민이 북한 집단에 능멸 조롱당하는 것은 이제 뉴스도 아니지만 어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이 4일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보내기를 비난하며 우리 정부가 막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 연락사무소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을 각오하라"고 했다. "(전단 금지) 법이라도 만들라"고 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나는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는 놈이 더 밉더라"고 했다. 여기서 '못 본 척하는 놈'이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그 4시간 반 만에 더 놀라운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통일부는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대북 전단 중단 법률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김여정의 '법 만들라'는 지시를 그대로 이행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민주당이 국회를 완전히 장악한 상황에서 이제 북한 정권의 의도가 그대로 대한민국 법으로 제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김씨 일가가 전단에 민감한 이유는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열게 하는 '진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한반도 비핵화는 거짓'이란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명백한 진실이다. 북은 노무현 정부 때도 '개성공단 중단'을 협박하며 전단을 문제 삼았다. 당시에도 금지법이 검토됐지만 표현의 자유 같은 헌법의 근본 가치와 충돌해 무산됐다. 김정은 남매 심기 경호와 남북 이벤트가 헌법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북이 우리 대통령을 '겁먹은 개' '저능' '바보'라고 하더니 이제 '못 본 척하는 놈'이라고 하는데도 화들짝 놀라 무마에 나서는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감은 땅에 떨어졌다. 이것이 G7에 초청받을 정도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국민이 받아야 할 대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