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rankingType=popular_day&oid=009&aid=0004584813&date=20200529&type=1&rankingSeq=5&rankingSectionId=100
21대 국회 임기가 막 시작되는 시점에서 당선자 신분인 김홍걸의 과거를 들춰보는 것은 그가 백선엽 장군을 상대로 한 '친일파' 발언 때문이다. 김 당선자는 "친일파 군인들의 죄상은 일제강점기에 끝난 것이 아니고 한국전쟁 중 양민학살이나 군사독재에 협력한 것도 있기 때문에 전쟁 때 세운 전공(戰功)만으로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했다. 또 "일본에서 발행된 백선엽씨의 책을 보면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고 그 때문에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며 만주군 간도특설대 시절 본인의 친일행적을 고백하는 내용이 있다"고도 했다.
인터넷 지식사이트에서 백 장군 이름으로 검색되는 논란을 그대로 긁어다 쓴 수준이다. 김씨가 백 장군의 과거 행적을 평가할 전문성을 가졌다고 볼 이유가 없으므로 그 주장의 당부를 놓고 왈가왈부할 가치도 없다. 다만 '지나치게 용감하다'는 느낌은 있다.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김 당선자는 본인의 2002년 알선수재 혐의 처벌 전력을 걸어 국회의원 당선을 비롯한 이후 인생을 부정하는 여론이 있다면 그에 대해 뭐라 대꾸할 것인가.
백 장군은 1920년생으로 광복 당시 20대 중반이었다. 식민지에 태어난 청년이 일본군이 되는 것은 범죄가 아니었다. 그는 독립군과 직접 싸운 적이 없고 동포를 죽인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당시 백장군이 배속된 부대의 작전 범위로 보아 이는 사실에 부합한다고 연구자들은 쓰고 있다. 김 당선자는 백 장군이 스물다섯이 되기 이전의 합법적 활동, 그리고 본인 인생을 돌아보며 쓴 회고적 성찰을 빌미삼아 '친일파'로 공격한다. 이 공격이 타당하다면 나이 마흔살에 뇌물로 처벌받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에는 어떤 공격이 주어져야 비례가 맞을까. 백장군은 6·25 때 이 나라를 구했는데 김 당선자는 나라를 위해 무엇을 했나. 김대중의 아들이라는 것 빼고 말이다.
이 나라에서 거칠게 친일을 들먹이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중 하나는 자기 성찰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그닥 성실하게 산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중고교 시절 이후 거의 업데이트되지 않았을 쥐꼬리만한 역사지식 혹은 편견을 앞세워 반일의 칼을 내지른다. 인생을 진지하게 살아온 사람들은 겁이 나서라도 그렇게 남을 쉽게 평가하지 못한다. 거울 좀 들여다보라.
노원명 논설위원이 정말 날카롭게 비판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