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0&oid=277&aid=0004651119
4년 전에는 어땠을까. 새누리당의 1당 유지, 과반의석 확보가 여야 전략가들의 공통된 분석이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은 110석~130석 정도를 민주당이 얻을 수 있는 의석으로 내다봤다. 총선 후보 등록을 끝내고 본격적인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될 무렵, 예상 의석이 그랬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란 전망은 막연한 예측이 아니었다. 가장 권위 있는 여론조사 기관 중 한 곳인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정당 지지율은 꾸준히 민주당을 압도했다. 여론조사 결과만 본다면 새누리당이 민주당에 밀릴 것이라 예측하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다. 총선을 불과 20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도 여의도 정치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내놓은 선거 예측은 틀릴 수 있다. 틀리는 정도가 아니라 망신 수준으로 완전히 어긋날 수도 있다.
20대 총선도 그런 경우였다. 최종 스코어는 새누리당 122석, 민주당 123석이었다. 단 한 석이 차이로 승패가 갈렸지만 새누리당의 충격파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여론조사도 나쁘지 않았고 ‘호남 분열’이라는 선거 구도는 새누리당에 유리함을 더했다.
당시 정치 전문가들의 예측과 관련해 의문 부호로 남았던 것은 수도권이었다. 새누리당이 안정적인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선전해야 한다. 선전의 의미는 추상적일 수 있지만 민주당보다 의석이 앞서거나 최소한 비슷한 성적을 거둬야 한다. 그렇다면 영남권 의석을 토대로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 전문가들은 수도권 예측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누구나 전체적으로는 새누리당 우세를 점쳤지만 수도권이 돌아서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여 다야’ 구도로 치른 20대 총선 수도권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불리한 성적표를 내놓게 될까.
당시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절대 금기’로 여겨지던 행동을 하고 말았다. ‘부자 몸조심’도 모자란 상황에서 공천 계파 갈등이라는 ‘안 좋은 그림’을 노출하고 말았다. 이른바 잘 나가는 정당에서 흔히 나올 수 있는 장면이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될 것 같은 생각이 앞서면 당 내부에서 계파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 유권자들은 이런 모습을 못마땅해 한다. 국민은 선택도 하지 않았는데 정치인들이 김칫국부터 마시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심기를 건드려 ‘응징 투표’의 불씨가 살아나면 선거판은 일순간 뒤집힐 수 있다. 특히 수백표 차이로 승자가 뒤바뀌는 수도권에서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겸손 또 겸손’의 자세로 유권자를 대해야 한다. 선거판이 좋다고 안심하다가 투표함 개봉 이후 참담한 결과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그 좋은 선거 구도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본 이유는 수도권 선거 참패의 영향이 컸다. 제20대 총선에서 서울 49석 중 새누리당은 12석 승리에 그쳤다. 민주당이 35석을 쓸어갔다.
경기도는 전체 60석 중 새누리당이 19곳에서 승리했고 민주당이 40곳이나 가져갔다. 인천도 새누리당은 13석 중 4석 확보에 그쳤다. 민주당이 7석을 확보했다. 수도권 122개 지역구 중 새누리당은 35곳에서 승리했고 민주당은 82석을 차지했다.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한때는 새누리당이 180석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왔지만 수도권 참패와 맞물려 원내 제2당으로 밀려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