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스포츠
토론장


특정 회원에 대한 반말,욕설 글(운영원칙 2,3항) 3회 위반시 접근 차단 조치 됩니다.(원인제공과 관계없이 조치)
하오니, 절대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선거법 위반 및 정치관계법 위반행위 신고는 아래 중앙선거관리 위원회에 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중앙선거관리 위원회 http://www.nec.go.kr
HOME > 커뮤니티 > 정치 게시판
 
작성일 : 20-01-19 19:00
북한의 역사를 지켜보면서...03편..
 글쓴이 : 돌통
조회 : 176  

02편에 이어서~~ 

 

 

 

어쨌든 이번 출국의 경우는 망명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 목적지인 일본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한국으로 망명하기가 쉬운 곳이었다. 그러나 만에 하나 명명에 실패하고 되돌아가게 될 경우가 큰일이었다. 나는 이번 출국에서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다시 4월쯤에 있을 인도 방문 때 탈출을 결행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일이 그렇게 될 경우, 아내가 내 계획을 알고 있으면 비밀유지의 어려움이 배로 늘어날 뿐만 아니라 아내에게는 내 진심을 알고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 될 것임이 분명했다.



아무리 나를 이해하고 민족적 대의를 따라 준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50년에 걸쳐 함께 이루어놓은 소중한 세계와 그 성취가 있었다. 그것들이 일시에 부서지고 무너져 내린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고통일 것이다. 그 고통은 내 망명이 이루어지기 전에 아내를 먼저 무너뜨릴 우려마저 있었다. “다녀오리다. 2월 12일쯤은 돌아오게 될 거요” 결국 나는 그 짤막한 한마디로 아내와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우리는 꽃다운 시절 아득히 먼 모스크바에서 처음 만나, 믿음과 사랑으로 반백년을 함께 보냈다. 그런 아내에게 어쩌면 이 세상에서 다시는 못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작별을 하면서도 그 말밖에 할 수 없다는 게 마음속으로 비통하기 그지없었으나, 나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아내에게 이번 망명의 암시로 느껴질 만한 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6년 여름 어느 날이었다. 집 뒤켠의 채소밭을 손보면서 민족의 운명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아내가 다가와서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아내는 뭔가 집히는 게 있는지, 나를 바로 쳐다보지 않은 채 토마토 줄기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나는 아내에게 내 고민을 옮기기 싫어서 짧게 부인했다. 그러자 아내는 무슨 까닭에선지 갑자기 말투를 러시아 말로 바꾸었다.



“우리야 지금까지 잘 살았지요. 그러니 당장 죽는다고 한들 무슨 여한이 있겠어요. 하지만 당신에게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딸려 있나요? 이제는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위해 참아야 해요” 대강 그런 뜻의 말이었다. 그때 아내가 내 마음속을 다 읽고서 그런 말을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어딘가 의표를 찌르는 데가 있어, 나는 얼떨결에 마음의 일단을 내비치고 말았다.



“개인의 생명보다는 가족의 생명이 더 귀중하고, 가족의 생명보다는 민족의 생명이 더 귀중하며, 민족의 생명보다는 인류의 생명이 더 귀중하다” 역시 러시아 말로 그렇게 읊조리듯 말을 받았는데, 나는 그때 고리끼의 「매의 노래」(1895년작으로 일종의 산문시)에 나오는 매와 구렁이의 대화, 그리고 매의 장렬한 최후가 머리에 떠올랐다. 나는 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너는 푸른 하늘을 보았지만 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노라’고 그때 나는 그 말을 혼잣말처럼 중얼거려, 아내가 듣지 못했으려니 하고 그냥 넘겼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은 것도 같다. 

  

 

         이상...     04편에서 계속~~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
 
 
Total 218,603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게시물 제목에 성적,욕설등 기재하지 마세요. (13) 가생이 08-20 250369
공지 정게 운영원칙 Ver.2018.03.27 (1) 객님 12-03 828555
218352 한미정상회담 선언문에 나온 얘기를 갔다가 애기강뭉 05-26 429
218351 현재의 윤석열을 보면 (2) 수정아빠 05-26 487
218350 미국이 남북대화 협력 지지하겠다 했는데? (2) 애기강뭉 05-26 427
218349 중국 똥꼬 빨다가 (21) 한립 05-26 531
218348 장관들이 한국 너무 좋아해 걱정 VㅏJㅏZㅣ 05-26 456
218347 이준석까는 장유유서좋아한 꼰대들 특징 (9) GGOGGO 05-26 424
218346 아직도 중국몽ㅋㅋㅋㅋㅋ (25) GGOGGO 05-26 443
218345 무식하고 은퇴하고 철없는 사람이 국힘 지지한다 골벅 05-26 297
218344 준석이가 국짐당을 해체수준으로 개혁하면 인정함 (1) 포스원11 05-26 331
218343 북한성애 심각하네 (1) VㅏJㅏZㅣ 05-26 429
218342 이낙연, 이재명 기본소득에 "시기상조... 연 300조 들어" (23) 텐빠동동 05-26 466
218341 또또 북한성애자 병이 도졌네 (14) OO효수 05-26 447
218340 추대를 좋아하는 어르신 (1) 뽀로록 05-26 425
218339 솔직히 준석이가 당대표되면 그게 가장 우려되는건 사실 (4) 파퓌용 05-26 545
218338 간 큰 장모님 (4) VㅏJㅏZㅣ 05-26 525
218337 고춧가루뿌려놓고 헌신적으로 도와??? 심상정 쳐돌았네.. (5) 삼촌왔따 05-26 470
218336 역시나.. 국짐당 후보들은 다 남탓만 하네요..ㅋㅋㅋㅋ (3) 기타맨 05-26 456
218335 태지2님 (게시판을잘못왔네요) (1) 뜨내기 05-26 282
218334 미국의 여행 단계....... (1) 강탱구리 05-26 331
218333 이준석의 돌풍 무시했다간 골로가. (12) 냉각수 05-26 549
218332 역대급 대통령 지지율 (2) LikeThis 05-26 656
218331 이재오 "윤석열, 검찰총장 때 독하게 사람 잡아가더니..… (2) 호연 05-26 601
218330 이준석 해부학 교실...... (36) 강탱구리 05-26 548
218329 서부 개척시대로 돌아간 텍사스 주........ (2) 강탱구리 05-26 499
218328 돌아온 충성경쟁?..이준석 "박근혜 감사" 김태흠 "탈당해… (4) 포스원11 05-26 499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