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 정지' 협상에서 일본은 그동안 유지해온 원칙을 포기했다. 한국은 미국의 '지소미아 유지' 압력을 이겨냈다. 결국 미국은 일본을 압박해 합의 도출을 유도했다. 한국은 여전히 지소미아 종결 카드를 쥐고 있다.
일본은 ‘보통국가’가 아니다. 정상국가도 아니다. 일본 스스로도 인정한다. 오죽하면 아베 신조 총리 필생의 소원이 일본이 보통국가로 전환되는 것이겠는가.
보통의 국가에서는 자국 외교관이 국가의 대표로 다른 나라 외교관과 협상하면, 그 결과를 준수한다. 상당 기간 밀고 당기며 어렵게 합의에 도달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야 정상국가다. 최근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이하 지소미아)’ 및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둘러싼 협의 과정에서 일본은 매우 비정상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한·일 간 기 싸움이 미국의 개입 이후 한국 편으로 기운 게 확연해진 때는 11월15일이다. 이날 미국 고위 당국자가 “해군의 비유로 얘기하자면 오랫동안 뱃머리가 내려가고 있었지만 올라오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일본이 미국의 압력에 무릎을 꿇었다는 징후가 나타났다. 다음 날인 11월16일 일본 측이 외교 라인으로 이번 한·일 간 합의의 기본 골격에 해당하는 사안을 전달해왔다. ‘화이트리스트 국가 복원 등 수출규제 철회를 논의하기 위한 국장급 회의를 제안’한 것이다. 또한 ‘수출규제를 되돌리려면 형식적이지만 한국의 수출입 관리체제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며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구체적인 시기까지 거론했다. 일본이 수출규제 철회에 걸리는 시간까지 언급하며 대화를 먼저 제안했다는 게 이번 한·일 간 협상과 합의의 출발점이자 기본 골격인 셈이다.
일본의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엔 당연히 미국이 있다. 그동안 ‘징용 문제 해결 없이 수출규제 변화 없’고 ‘수출규제 문제는 지소미아와 무관하다’고 반복해온 일본 정부로서는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가 몰고 올 국내 정치적 후폭풍이 두려웠을 것이다. 외교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언론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지소미아 종결 카드를 여전히 쥐고 있으며 미국 역시 수출규제 문제에 대해 일본의 팔을 꺾고 있는 형국이어서 아베 총리가 더 이상 버틸 여지는 없어 보인다.
남문희 기자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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