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략의 목표는 네 가지다. ①우리(당)에 대한 지지 강화, ②우리(당)에 대한 반대 약화, ③상대(당)에 대한 반대 강화, ④상대(당)에 대한 지지 약화다. 프레임, 이슈, 메시지 전략은 이 네 가지 중 하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내가 자유한국당의 전략가라면 ③②④①의 순으로 캠페인 목표를 정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자유한국당은 ①③④②의 잘못된 순의 전략적 오류에 빠져 있다. 기본적으로 야당은 ‘정권 심판’이 가장 효과적이고 쉬운 전략이다. 어차피(!) 자유한국당을 찍을 ‘자유우파(?)’ 유권자들은 캠페인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투표장에 나올 것이고 전략적 투표를 할 것이다. ‘자유우파 결집’을 주장하는 것은 선거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한 전략적 오류다. 유권자가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는 이유는 ①좋아해서, ②필요해서, ③상대가 싫어서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동력은 상대가 싫어서다. 투표는 반대하러 가는 것이다.
‘자유우파’와 같은 이념적 프레임은 2012년 민주당의 실패를 재연할 가능성이 높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로 기세를 올린 야권이 박근혜 비대위에 맞서 쓸데없는 이념전쟁, 역사논쟁을 자초함으로써 집권 4년차인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면죄부를 주는 전략적 오류를 범했다. 야당의 이념 프레임은 진영 간 싸움으로 몰고 가 정권의 실정에 실망해서 이탈할 가능성이 큰 여당 지지층을 그대로 머물게 한다. 지금 황교안 대표의 자유한국당이 정확히 그 길을 따라가고 있다.
문제는 비호감도가 가장 높은 정당이 자유한국당이라는 사실이다. 자유한국당의 치명적 약점이다. 비호감도가 여전히 60%를 넘는다. 비호감이 호감의 두 배가 넘으면 승리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한때는 비호감이 무려 다섯 배가 된 적도 있었다. 지금도 두 배가 훨씬 넘는다. 민주당이 자유한국당 심판론을 기대하는 근거다. 2016년 총선 패배 이후 비호감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는데도 놀랍게도 반대를 약화시키기 위한 혁신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비호감도 75%가 전설이라면 그 정당이 아직도 존재하는 것은 신화다. 비호감도를 50% 아래로 낮추는 것이 두 번째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황교안의 단식 현장에는 1964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배리 골드워터가 쓴 <보수주의자의 양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 레이건 등장 이전까지 가장 ‘공화당다운’ 후보였던 그는 1960년에 쓴 이 책으로 (공산주의 소련에 두려움을 갖고 있던) 사람들을 열광시키면서 보수의 아이콘이 되었다. 소련과 베트남에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그의 극단적 주장은 상대 후보인 민주당 린든 존슨의 이른바 ‘데이지 걸’ TV 광고에 카운터펀치를 맞는다. 한 소녀가 들판에서 데이지 꽃잎을 뜯으면서 숫자를 세고 있는데 거기에 맞춰 카운트다운이 제로가 되는 순간 갑자기 굉음과 함께 소녀의 눈동자에 원자폭탄의 버섯구름이 비친다. 1964년 9월7일 밤 CBS 방송에 딱 한 차례 나간 이 광고가 준 공포와 충격으로 선거는 사실상 끝났다. 1964년 대선은 골드워터 vs. 골드워터, 즉 배리 골드워터에 대한 찬반 선거가 되었다. 골드워터의 초보수적 주장에 공포를 느낀 유권자들이 ‘골드워터가 싫어서’ 린든 존슨을 찍었다.
1996년 러시아 대통령 선거도 자유한국당의 훌륭한 반면교사다. 1991년에 러시아 공화국의 대통령이 된 보리스 옐친은 1993년 국회의사당 포격, 알코올중독, 부정부패 등으로 인기가 곤두박질했다. 더군다나 1995년 총선에서는 러시아 공산당이 1당이 되었다. 지지율이 6%까지 급락한 옐친의 재선은 거의 불가능해보였다. 그러나 그는 결선투표에서 공산당의 겐나디 주가노프를 꺾고 승리했다. 옐친의 선거 참모들은 공산주의 시대의 잔혹성과 혹독한 삶을 반복적으로 상기시키면서 대중에게 공산당에 대한 공포를 각인시켰다. 정권에 대한 아무리 반감이 높아도 ‘야당이 더 싫다면’ 이길 수가 없다.
황교안은 배리 골드워터의 책에서 배울 것이 아니라 1964년 대선 패배에서 배워야 한다. 과거의 보수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황교안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 새로운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국민에게 자유한국당은 대안이 아니다.
-박성민의 정치 인사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