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joins.com/article/18460574
정치권에서의 편견과 달리 비례대표 의원의 존재는 한국 정치에서 매우 중요하다. 지역구 의원은 자신이 지역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 당선되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지역구 의원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나라 일을 다루는 ‘국회(國會)의원’이라고 하지만, 지역구 의원은 자기 지역구의 이익을 중앙 정치에 반영하려는 대리인의 역할에 더 충실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국가 이익과 지역구 이익 간 갈등이 생길 때 이들은 지역구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예산안 처리 때마다 지역구 민원 처리를 위한 수많은 ‘쪽지’가 난무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된다. 이에 비해 비례대표 의원은 특정 지역의 협소한 이익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국가 이익을 바라볼 수 있다. 국가 전체를 고려한 정책 결정에서 비례대표 의원이 보다 공정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비례대표제가 갖는 또 다른 중요한 점은 대표성이다. 국회는 국민 전체를 대표하므로 다양한 구성원이 고르게 대표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지역구 의원을 보면 특정 출신 배경을 갖는 이들로 편향되어 있다. 재산, 학력, 직업, 연령, 인종 등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지역구 선거를 통해 의원이 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비례대표가 줄어든다면 그만큼 우리 국회는 ‘연줄 있고, 재산 있고, 나이 들고, 더 배운 남성’만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이처럼 지역구 선거는 사회적 강자의 정치적 입지 강화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사회경제적으로 양극화된 상황에서 기득권층의 목소리만 커져간다면 우리 사회의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