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가 21일 기무사 계엄령 문건,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의 원본인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을 입수해 그 내용을 공개했다. 군인권센터 제공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17년 대통령 권한대행일 때 옛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 작성 과정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군인권센터가 제기했다. 군인권센터는 검찰이 당시 황 대표를 소환도 하지 않고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려 사건을 마무리했다고 주장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무사 계엄령 문건,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 방안’의 원본인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을 입수했다”고 했다. 이 문건을 보면 황 대표가 대통령 권한대행이었을 때 기무사 계엄령 문건 작성 과정에 연루됐을 정황이 보인다고 했다.
군인권센터가 이날 공개한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해당 문건에서 계엄 선포 필요성을 다루는 부분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중심으로 정부부처 내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 적시했다. 임 소장은 “당시 NSC 의장은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 대표였다”며 “그는 권한대행 직무가 개시된 이후 2016년 12월 9일, 2017년 2월 15일, 2월 20일, 세 차례 NSC에 참석했다. 시기상으로도 황 대표 등 정부 주요 인사 간에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은 NSC의 기무사 계엄령 문건 작성 개입 의혹을 두고 황 대표를 수사하지 않았다. 임 소장은 “합동수사단(합수단)도 이미 이 내용을 모두 인지하고, 자료도 확보했을 것이다. 하지만 합수단은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때 이런 내용은 발표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도주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며 사실상 수사를 덮어버렸다. 황 대표 등은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임 소장은 “계엄령 문건 사건은 국민을 군대로 짓밟으려 했던 중대한 사건이다.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고 밝혀내야만 한다”며 “검찰은 이미 확보한 수많은 자료와 진술을 바탕으로 사건의 실체를 국민에게 알리고, 즉시 수사를 재개해 황 대표를 위시한 연관자들을 소환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문건에는 계엄령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미국과 중국, 일본과 사전에 의견을 교류한 정황도 포착됐다. 문건에는 ‘한반도 안정을 위한 군사적 조치 필요성에 대해 대미, 중, 일 사전 교감’이라고 적혔다.
문건에는 ‘계엄령 시행 준비 착수’ 날짜도 명시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헌법재판소 심판 이틀 전인 2017년 3월8일에 국방부 계엄 준비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기무사 합동수사본부 운영을 준비한다고 돼 있다.
또 ‘국회의 계엄령 해제 시도시 야당 의원 검거 계획’과 함께 ‘반정부 정치 활동 금지 포고령’, ‘고정간첩 등 반국가 행위자 색출 지시’ 등을 발령해 야당 의원들을 집중 검거 후 사법처리 하는 방안이 담겼다. 계엄군 배치 장소도 청와대, 국방부, 정부청사, 법원, 검찰, 광화문, 용산, 신촌, 대학로, 서울대, 국회, 톨게이트(서울, 서서울, 동서울), 한강다리 10개 등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계엄군 부대별 기동로, 기동방법 등도 세세하게 담겼다.
기무사는 ‘탄핵심판 선고 이후 전망’을 예측하는 부분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보수 세력 또는 진보(종북) 세력 모두 심판 결과에 불복해 헌법재판소 점거 등 사법기능 무력화 시도를 할 것’으로 봤다. ‘‘경찰력만으로 치안질서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로 사회질서가 마비되고, 양측 세력이 청와대 등 주요 시설 점거 시도로 군병력에 의한 시위 진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임 소장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이날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입수한 문건 전문은 이날 군인권센터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0211530001&code=940100#csidx1e5225ec48bb9ccad7bd7887b19719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