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담 특사 일행이 전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만났다. 전대통령은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1983년 버마에서 그 일을 당하고 왔을 때” 이야기를 들려줬다. 군이 전쟁 계획을 갖고 왔지만 “지금 전쟁할 시기 아니다, 내가 명령할 때 하라”고 말해두었다며 특사일행에게 간접 경고하는 것으로 끝냈다. 이어 허담은 김주석의 친서내용을 낭독하자 전대통령은 “(김주석이) 40년 전에는 민족해방운동으로, 그리고 평생을 조국과 민족을 위해 애써 오신 충정이 넘치는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추어올렸다.
전대통령은 또 “김주석께서도 서울에 오시고 하여야 할 터인데, 그 어른은 평생을 통해 아마 이쪽에 한 번도 안 와보신 걸로 알 고 있습니다만”하고는 허담에게 김주석 건강관리에도 신경 써 줄 것을 당부했다. 김주석이 서울을 방문하여 여행도 한번 해보기를 기대한다며 신변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웅산 사건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겠다는 암시였다. 허담 일행은 저녁에 요정인 삼청각에서 ‘엄선된 몇 병의 여성 봉사원, 밴드가 동원된 술자리를 했다. 아웅산 테러를 저지른 주범의 부하들을 전두환 정권은 극진히 대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