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토론이 성립될 수 없었습니다.
황장수는 사정기관과 안철수와의 관계에 불법적인 의혹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토론에 나왔으면 그 의혹에 대한 팩트를 제기하면서 그 팩트와 자신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한 상관관계를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황장수는 팩트를 근거로 논리를 비약해서 주관적인 설명을 합니다. 이게 바로 음모론이죠.
이렇게 되면 토론을 할 수가 없습니다. 진중권은 이 점을 지적했고 그에 대해 황장수가 자신의 논리에 대한 객관성, 합리성에 대한 근거로 자신을 고소하지 않는 상황을 내세웠어요. 사회자가 마지막에 말했듯이 이건 개소리예요.
이건 논리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진중권이 히틀러의 편지 일화를 예로 든 것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한 것이예요. 황장수의 논리 그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음모론도 논리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예요. 문제는 그 논리의 객관성과 합리성이 수반되야 하는데 그 점이 결여되어있고, 따라서 토론이 불가능한겁니다.
게다가 황장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안철수에 대한 새로운 '폭로'를 시도했습니다. 이건 토론이 아닙니다. 안철수에 대한 검증을 위한 토론이라면 이전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 그동안 진행되어왔던 조사라던가 밝혀진 사실 관계들을 근거로 토론자들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논리로 상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해요. 토론자는 의혹에 대한 당사자가 아니기에 당연히 이게 상식적인 것입니다. 황장수가 토론 의제를 사전에 규정하지 않았으니 그 자리에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해도 된다고 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어처구니 없는 말이예요. 진중권 말대로 그건 기자회견을 하던가 해야지요. 황장수 본인은 토론이라고 하지만 누가봐도 그 저의는 토론을 구실로 폭로를 하겠다가 자명합니다.
어차피 이 상황에서 토론은 불가능한 상황이고 진중권 교수가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은 최소한 토론을 폭로의 장으로 악용하는 것을 거부한 것이죠. 토론 중에 토론자가 멋대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것은 규탄받을 일이지만, 그것은 토론이 최소한 토론으로서의 기능을 할 때의 얘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