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넷 커뮤니티에서 정치는 굉장히 뜨거운 주제입니다만, 대선철이다 보니 더 뜨겁네요. 그런데 뜨겁기만 하지 알맹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흑색선전과 비난만 난무하지 제대로 된 공약에 대한 관심은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같은 분들이 아마 가생이에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전 문재인과 안철수 둘 다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민주당 쪽이 아무래도 국민의당에 비해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해서 문재인을 찍을 생각입니다. 물론 그와 별개로 안철수 후보가 계속 정치가로서 성장하길 바랍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본의 아니게 요즘 주변사람들과 약간 피곤하게 살고 있습니다. 안철수 욕하는 문재인 지지자에게는 안철수의 장점을 이야기 하고, 문재인 욕하는 안철수 지지자에게는 문재인을 옹호하는 피곤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양 진영이 제시하는 그 이슈들이 그렇게까지 비난들을 퍼부어댈 문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치에 너무 몰입하지 맙시다. 정치에 너무 몰입하지 말자는 말은 특정 후보, 특정 정당의 홍위병, 훌리건, 팬클럽 노릇을 하지 말고 약간 거리를 두자는 이야기 입니다. 정치에 무관심 하자는 뜻도 절대 아니고 냉소적인 양비론자가 되자는 이야기도 절대 아닙니다. 정치가들은 으레 유권자들을 실망시키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맘에 드는 정치가라도 우리는 냉정하게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그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넷 커뮤니티에서 열성적으로 정치글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면 본인들은 어떤 숭고한 가치를 위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막상 그들을 관찰해보면 단지 편가르기와 무리짓기를 통해 자기의 소속감을 확인하거나 승리의 쾌감만을 맛보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hot팬과 잭스키스팬들의 갈등을 떠올려보시죠. 이기면 이겨서 난동을 부리고 지면 져서 난동을 부리던 유럽 축구 훌리건들은 어떻습니까? 숭배하는 정치가가 무슨 짓을 저질러도 무조건 복종했던 홍위병들은요? 잘 지켜 보시면 은근히 비슷한 점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우리편의 잘못은 어떤 궤변을 통해서든 옹호하고 다른편에 대해서는 별것도 아닌 것을 엄청나게 포장하고, 온갖 흑색선전과 비난을 늘어 놓지요. 인간에게는 무리짓기와 편가르기를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 다른 집단과 경쟁하고 투쟁하려는 본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건 특별한 이상이나 숭고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본능이죠. 정치적 이념이나 정책으로 치장을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그냥 패싸움의 본능을 만족하기 위함이라고 봅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을 그냥 '정치병자'라고 부릅니다. 정치에 과몰입한 정치병에 걸린 환자 말이죠. 제가 이 문제에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 덕분입니다. 저는 노대통령이 대선출마를 하기 전부터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열렬하게 지지했었죠. 나중에 부동산 정책, 친재벌정책 등으로 실망을 해서 지지를 접게 됩니다만 그 전까지는 꽤 열심히 지지했습니다. 열심히 지지했던 노대통령에 실망하면서 비로소 정치가들을 지지하더라도 과몰입해서는 안되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함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가 안더군요. '서프라이즈'라는 사이트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좀 읽을만한 글들이 올라왔었는데 나중에는 무조건적인 노무현 정권 찬양글로만 도배되었죠. 나중에 이명박 정권이 들어섰을 때, 한번 가봤더니 이명박 정권의 한미fta에 대한 비난글이 잔뜩 올라왔더군요. 이명박 정권의 한미fta는 노무현 정권의 한미fta를 이어 받은 것으로 서프라이즈는 열심히 노무현 정권의 한미fta를 옹호했던 곳입니다. 정권이 바뀌니 같은 정책이라도 입장이 달라진 것입니다. 이게 대표적인 정치병이죠.
우리는 이런 부류들이 되지 맙시다. 특정 정당, 특정 정치가를 지지하는 이유는 좋은 정치를 위함이지 원시적인 편가르기와 투쟁심의 본능을 채우기 위함이 아닙니다. 정치에 관심을 갖되 지나치게 몰입하지 말고, 항상 비판적인 태도를 잃지 말고 거리를 유지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