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스카우트 해간 일본인 연구자가 한국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기업과 삼성에서의 생활을 비교해 쓴 칼럼입니다. 삼성의 좋은 근무 환경과 지나친 사내 정보 보안, 한국 사회의 IT화와 역동성, 열악한 주거환경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먼저 칼럼내용 소개해 드리고 야후재팬 반응은 따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일본 칼럼 내용>
한국 기업 삼성이 스카우트 해간 일본 연구자의 증언, 급여 1.7배 ‘천국 같은 환경’
기술자의 ‘일본 이탈’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 내 대기업에 다니는 엔지니어나 연구자를 해외 업체가 스카우트해가 외국으로 기술이 유출된다. 오래 근무하던 안정된 대기업 정규직을 버리고 해외로 나가는 기술자들은 무엇에 매력을 느끼고 이직하는 것일까? 2010년 삼성에 스카우트돼 10년간 근무한 일본인 연구자를 어떻게&어떤 조건으로 삼성이 유혹했는지, 근무하면서 알게 된 삼성과 일본 일반 기업의 차이는 무엇인지, 한국 사회의 어디가 좋았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비즈니스 라이터 사쿠마 슌)
폐쇄적인 섬나라 일본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없다.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일본 출신 미국 국적 기상학자 마나베 요시로 씨의 말이 기억에 생생하다. 마나베 씨는 “일본인은 조화를 중시한다. 일본인의 예스는 단순한 예스가 아니며, 항상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도록 주변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신경 쓴다. 미국에서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또 “나는 일본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중략) 왜냐하면 조화 속에서 살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라고도 말했다.
마나베 씨가 아니더라도 현재 일본에서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연구에 몰두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에서 그런 위화감을 느끼고, 나는 한국이라는 새로운 땅을 선택했다.
● 지금 급여의 1.7배를 줄 테니 삼성에서 소재를 개발해 주었으면 한다
2010년 당시, 나는 일본 소재 대기업에서 연구자로 근무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비가 오던 어느 날, 총무과에서 내게 외선이 들어와 있다고 연락이 왔다. 의아해하며 수화기를 들었다. 그것은 수상한 헤드헌터의 전화였다.
당시 일본 사회 전체적으로 엔지니어의 전직(스카우트)이 활발했던 시기였고, 나도 이전부터 같은 권유를 몇 번인가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놀라지는 않았다. 나는 내가 낡은 타입의 회사원임을 자각하고 있다. 정년까지 근무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직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이직해 가는 옛 동료를 불쌍히 여긴 분이시기도 했다. ‘무서운 건 더 보고 싶다고 얘기나 한번 들어볼까? 술자리에서 화젯거리도 될 테고…’라고 생각해 그 사람과 자택 근처 역 앞의 찻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첫 면담 내용은 이랬다. "삼성에서 소재 개발을 해달라" "당신의 특허 출원 내용을 보고 연락했다" "와주신다면 급여는 지금의 1.5배를 주겠다"고 했다. 그동안 다니던 회사에서 몸과 마음이 조금 지쳐있던 타이밍이기도 했고, 제시된 연봉과 남은 회사원 인생을 소상히 따져보며 다시 면담하는 것으로 하고 일단 헤어졌다.
두 번째 면담에서는 급여를 지금보다 1.7배로 올렸고, 더욱 구체적인 직무 내용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동안 쌓아온 경력과 인맥을 버리고 일본을 떠나 한국에 있는 연구소로 이직하게 되는 것이다. 홀가분한 독신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다.
● 헤드헌터는 마음이 약할 때 찾아온다
앞으로 해외로 나가서 몇 년을 더 근무할 수 있을지 불안했다. 체력적, 정신적 한계도 있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장래에 받을 일본에서의 퇴직금과 후생연금(일본의 국민연금)이 급격하게 감소할 것도 쉽게 계산할 수 있었다. 또 삼성을 퇴직한 뒤 일본 회사에 재취업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한국 기업에 스카우트돼 이직한 사람은 배신자다”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소극적인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며칠 후 세 번째 면담 요청이 왔다. 이번에는 고급 요릿집에서, 게다가 삼성의 임원급 직원이 일부러 한국에서 출장 와서 설득한다는 게 아니겠는가.
나는 당시 40대를 갓 넘긴 나이였다. 일본의 회사에서는 한 번 걸러져 더는 직급을 올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일본 기업에 계속 근무하면 법률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다. 악착같이 필사적으로 일하지 않고도 적당히 우선도가 낮은 실험을 하면서 정년까지 근무하면 안정된 삶을 살 수도 있다. 사실 그런 사람은 연구소에 많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면담을 진행하다 보니 마음이 바뀌었다. 그런 멍한 삶을 사는 것보다 연구자로서 세계적 대기업이 원하는 바대로 일하는 편이 훨씬 자극적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 번째 면담의 마지막에 가서는 “이제부터 나는 세계와 싸운다”라는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까지 생겼던 기억이 난다.
헤드헌팅은 신흥종교의 권유와 가까운지도 모른다. 마음이 약해졌을 때 찾아와서 지금까지 갖고 있던 자기 생각을 확 바꿔버린다.
정신을 차려보니 서울행 항공권과 고급호텔이 준비되어 있었다. 주말을 이용한 한국 투어다. 한국에 도착해서 설비를 견학하고 담당 임원과 상사가 될 사람과 면담했다. 세세한 계약을 문서로 만들어 체결하고 전화를 받은 지 3개월 만에 생애 첫 퇴직계를 냈다.
● 삼성의 훌륭한 복리후생
이렇게 나는 한국으로 이사를 가 삼성에서 일하게 되었다. 여기서부터는 사내외의 환경에 대해 말하겠다.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라서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면에서 일본 회사와 동등 이상의 서비스가 준비되어 있다. 한국인 직원이 만드는 삼성의 기업문화는 일본 회사와 매우 흡사한 부분도 있지만,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여러 가지 독특한 면도 있었다.
예를 들면 복리후생. 내가 있던 전 직장과 비교할 수밖에 없지만, 복리후생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 포인트는 일본 기업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로 이용할 수 있고, 계약된 숙박시설이나 유흥시설도 매우 많다. 또, 인터넷 쇼핑에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정이 있는 사원에게 호평인 듯하다.
더욱 특별할 것은 연 1회의 건강검진이다. 삼성 계열 병원에서 하는데 마치 호텔처럼 호화롭다. 검진에는 최신 장비를 사용하며 진단 후 2주 이내로 결과를 보내준다. 삼성의 건강검진은 어떤 작은 이상도 놓치지 않는 것으로 한국 내에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위장내시경 검사가 뛰어나 수면약으로 잠든 사이에 전부 완료된다. 일본에도 꼭 보급되면 좋겠다.
또 구내식당에서는 다양한 식사를 하루 3회 무상으로 제공한다. 삼성에는 노동조합이 없지만(※유사한 일을 하는 조직은 있지만, 조합은 아니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회사가 선물을 주는 것 외에 운동회나 문화행사, 저녁 모임 등 일에 질리지 않게 하는 이벤트가 즐비하다(※코로나 전).
재미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주 40시간 근로제가 추진된 덕분에 근무시간이 확연히 짧아졌다는 점이다. 그전까지는 토요일에도 출근하는 게 당연했는데 그 관습도 없어져 무의미한 야근이 상당히 줄었던 것 같다. 삼성의 총수는 여러 죄로 빈번히 수감되었지만, 회사는 국가의 본보기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도 창업이나 진학 같은 이유로 삼성을 떠나는 한국인 직원은 많았다. 그들의 향상심이 감탄스럽다.
● 지나친 듯한 사내 정보 보안
또 하나 삼성의 사내 환경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보안의 엄격함이다. 일에 지장을 줄 정도로 엄격하게 정보보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일본에서 삼성의 회사, 공장, 연구소 등으로 출장을 온 사람이라면 건물에 도착한 후 입장까지의 시간에 질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내에서 사용하는 모든 종이에는 메탈 파이버가 박혀 있어 가방에 숨겨도 출입구의 금속탐지기를 통과할 수 없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USB 메모리나 SD카드 등을 가지고 있어도 사내 PC에서는 인식되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개인용으로 지급되는 PC 내부의 하드디스크에는 데이터를 기록할 수 없고 특별한 클라우드에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PC를 기록매체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또 개인 소유의 스마트폰에 특별한 앱을 설치해 사내에서 카메라를 켤 수 없게 돼 있다. 하지만 전 직원에게 강제할 수는 없으므로 앱 설치를 거부할 수도 있다. 다만 그렇게 하면 카메라 렌즈 부분에 특수 스티커를 부착할 때까지 입장이 불가능하다. 여담이지만, 사원 모두 갤럭시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는 멋있다는 이유로 아이폰을 가지고 있는 비율이 꽤 높았다.
● 한국사회&살기 좋은 점
미세먼지로 맑은 날이 적고 흐린 날이 많은 한국. 한국 생활에 관해서도 소개해 보겠다.
한국은 새로운 기술을 잘 다루는 부분과 전통을 지키는 부분이 적절한 비율로 섞여 일본인의 눈에 독특한 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모두가 스마트폰 또는 PC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사회 인프라가 만들어져 일본처럼 약자에 맞춘 ‘친절한 사회’는 아니다. 노인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는 내 나이 정도에서는 매우 합리적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외국인등록증과 은행계좌를 연결해 등록할 수 있어서 관공서의 행정 절차 등을 대부분 온라인으로 마칠 수 있다. 최근 있었던 예로 코로나 19 관련 생활지원금이 이런 시스템 덕분에 당일 입금된 것은 유명하다. 일본에서 이런 것이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겠지만, 한국에 있으면 개인정보에 대한 걱정보다 편리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일본의 마이넘버(일본의 주민등록번호) 카드도 귀국 즉시 등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법적 규제가 적은 건지 규제가 느린 건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전기자동차나 드론, 전동킥보드 등의 최신 인프라가 화제가 되면 바로 거리에서 볼 수 있다. 일본보다 규제가 느슨하고 새로운 기술의 혜택을 바로 누릴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규제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회가 역동적으로 보인다. 어쩌면 일본 이외의 나라가 다 그렇고, 한국이 특별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또 교차로에 파라솔(신호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기 위해)을 설치하거나 산책로와 공원이 정비되는 등 생활에 밀접한 곳부터 알기 쉽게 세금이 투입돼 납세자로서의 만족도도 높다. 세금의 사용처를 알기 어려운 일본과 비교했을 때 매우 부러운 점 중 하나이다.
주거환경은 한국이 일본보다 열악할지도 모른다.
삼성에 근무하는 일본인에게는 독신자라도 60~80㎡내외, 2~3LDK(순서대로 방의 개수, 거실, 식사 공간, 부엌) 아파트를 대여해준다. 내가 살던 아파트는 건축 연수나 역에서 거리, 실내 설비 등을 고려하면 일본인의 감각으로2,000만~3,000만 엔 정도의 물건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우편함에 넣어져 있는 전단을 보면 7,000만 엔이 넘는 아파트인 것 같다. 한국의 부동산 거품을 엿볼 수 있다.
물가는 광열비, 교통 인프라 등이 싸고 식료품은 비싸다. 전부 합치면 일본보다 비쌀지도 모른다. 코로나 19 사태 전에는 젊은 한국인 직원들이 일본 출장을 가며 자주 아이패드를 사야겠다는 말을 했었다. 확실히 가끔 귀국하면 일본이 저렴하다는 걸 느낀다(특히 음식).
지금까지 소개한 것은 모두 내가 한국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면서 겪은 급격한 변화이다. 이 나라의 발전 속도는 무섭다.
번역기자: 푸른울림해외 네티즌 반응가생이닷컴 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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