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12월
방치된 늑대만한 풍산견이 나만 보면 미친듯이 짖어댑니다.
생업이 바쁜 견주는 일주일에 한두번 식은 밥덩이만 던져주고가고,
야밤에 지나칠 때에 인가에 무안할 정도로 짖어대니
이놈 날잡아 겁좀 주려했죠.
어느날은 짖는게 아니라 울부짖는 소리에 가까웠습니다.
목줄이 끊어질듯 달려들며 짖는 옆에 가보니 배가죽이 등짝에 붙은듯했고 밥그릇은 쉰밥이 몇알 얼어붙어 있더군요.
안되보여 먹을것을 주려했지만 개가 먹을만한게 없어 라면을 싱겁게 끓여줬지요.
라면을 그렇게 잘먹을줄 몰랐네요.
그후 틈만나면 끓여 밥말아 주곤했는데 이놈이 원기가 되살고
살이 쪄오르니 나를 보고 짖는 소리가 두배는 더 커지더라구요.
나한테 붙은 귀신을 보는건지 먹을것을 아무리 갖다바쳐도 짖어대니 더는 못참겠더군요.
어느날 역시 짖어대는 그놈 옆에 마침 대나무가 놓여 있더군요.
대나무 주워들고 라면먹고 살찐 엉덩짝 후려 갈기려고 휘두르는데 줄에 묶인 놈이 이렇게 잘 피할줄이야.
그순간 심장에 덜컥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포근했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날이었고 대나무 휘두르던 나는 급 흥분한 상태였고.
합이 딱 맞았던 터라 심장마비가 발생한거였습니다.
이것이 명확히 심장마비인지 잘모르겠으나 수십개의 바늘이 찌르는듯
고통이 밀려왔고 극심히 쪼여드는 통증으로 가슴을 욺켜 잡았죠.
게다가 뭐가 어떻게 됐는지 숨을 쉴수가 없었습니다.
위기의 순간 침착했던 저는 마지막 배속에찬 공기를 내벹으면 몇마디 할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꺼내든 핸드폰에 119를 누르려는 순간 96년 어느날 일어났던 황당한 상황이 또 일어났습니다.
역복식 호흡이었습니다.
충격이었지요.
죽음이 눈앞에 닥쳤거늘 변태적인 육체의 움직임이....
이게 왜 또다시 일어나는지 의아했지만 지금은 빠른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엇습니다.
내게 남은 시간은 길어야 일 이분.
개도 나의 상황을 인지했는지 나의 공격에도 기세 등등했던 그놈이 뒷다리가 반쯤 주저 앉은채
낑낑거리며 초조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잠깐 머뭇거리는 순간 두번의 역복식 호흡이 전개 되었습니다.
그순간 이미 전화 걸기에는 늦었다는 생각을 마쳤고 자연히 발생한 역복식 호흡에 운명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두번 더 이어진 호흡.
마침내 막힌 하수구가 뻥 뚫린듯 숨이 탁 틔더군요.
개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나도 그놈을 빤히 쳐다보며 바둑 복기 하듯 상황을 되십었습니다.
역복식호흡으로 밀려든 대장, 혹은 소장등의 장기가 밀려 심장을 맛사지 한듯한 느낌이었고
이호흡 자체가 심장에 마우스 투 마우스한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정상적인 호흡을 할수 없기에 복근의 강한 수축과 팽창 반복 운동이
공기를 끌여들인 심장 역할을 대신했다라고 봐야하는지?
이후 두가지 일이 일어났습니다.
사행이라며 관심밖의 일이었던 '기'에 대하여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기수련원을 방문하게 되었고,
다음해 여름날 심장 사상충으로 죽은 이놈을 업고 야산에 올라 땅 파다가 산 모기에 수십방 물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