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개인적으로는 과학적 방법를 통해 도출된 법칙을 믿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아직 과학의 영역에서 발견하지 못한 비과학적 영역의 존재도 믿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들었던 귀신 노래소리라던지, 저희 부모님의 귀신목격담이라던지, 저희 형이 군대에서 경험한 이상한 사건(이 내용은 아직 올리지 않았습니다)과 같은 것들은 혼이 담긴 구라가 아닌 실제 경험담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저희 가족이 평소에도 귀신을 잘 경험하는 사람들이냐.. 그건 아닙니다.
저같은 경우는 평생에 한번이었고, 제가 아는 한 저희 형도 그 사건 외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귀신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유독 군대를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정말 쓸대없는 짓이지만) 왜 그럴까 하고 고민해본 결과 미흡하지만 나름의 근거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1. 군인들은 피곤하다
대개 귀신들을 본다고 하는 경우는 '개가 허공을 보고 짖는다', '피곤에 쩔었다', '만취상태', '몸이 아프다' 같은 상황입니다.
즉 보통의 성인이 건강한 컨디션이 유지되는 상태보다는 컨디션이 저하된 상태에서 목격될 확률이 높다는 건데 군인들은 훈련하랴, 작업하랴, 고참 눈치보랴, 야간근무서랴 하며 몸과 마음이 피곤에 쩔어있다는 거죠.
실제 귀신을 보거나 아니면 우연한 것을 귀신으로 착각할 확률도 굉장히 높은 상태인 것입니다.
2. 애초에 군부대는 그런(?) 곳에 위치한다
후방 부대는 잘 모르겠는데 전방의 대대급 전투부대들은 거의 산골짜기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제가 있었던 355포대도 파주 북쪽의 시골 작은 2차선 길에 난 작은 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야 위병소 입구가 나왔습니다.
군부대의 위치는 기밀사항이고 적의 눈에 잘 보이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그늘지고 깊은 산속에 자리를 잡을 수 밖에 없었을텐데, 이렇게 애초부터 음기가 강한 곳에 터를 잡고 사니 귀신이 모여들 수 밖에요.
물론 귀신은 존재하고, 또 귀신은 음지를 좋아한다는 가정하에서 입니다.
3. 내러티브가 만들어지고 전승되기에 최적의 조건
군대의 귀신이야기는 주로 선임의 입에서 후임의 귀로 전해지는 것이죠.
'전우' '선후임'이라고 하는 특수한 유대관계는 하나의 이야기가 전달되는데 최적의 조건이 됩니다.
이야기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과장이나 왜곡이 더해지기 마련이고 몇단계만 거치면 처음의 애매한 이야기가 완벽한 내러티브로 탈바꿈합니다.
게다가 이런 이야기들은 생명력이 질깁니다.
한번 완성된 이야기들은 대개 중간에 끊어지는 일 없이 후임세대들에게 전달되며 그 중에서도 가장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부대의 전설'이 됩니다.
제가 들었다고 쓴 둘팔초소 목격담도 아마 그런류의 변형된 이야기일 것입니다.
초소 앞에 작은 무덤이 하나 있고 야간에는 근무를 안 선다.. 만약 둘팔초소 이야기가 100%조작된 이야기라고 가정한다면 이야기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완벽한 소스는 없었을겁니다.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싶네요